홍콩서 33년만에 지워지는 톈안먼 사태.."몇년후 아무도 모를 수도"

김정률 기자 2022. 5.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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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보루였던 교회 미사마저도 당국 단속 우려 속 취소
6개 대학에 설치된 톈안먼 사태 조형물 마저 모두 철거
1990년부터 2019년까지 홍콩에서 이어진 톈안먼 사태 추모 촛불집회(트위터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중국 정부의 시민 무력 진압 사건인 '톈안먼'(천안문·天安門) 사태가 역사 속에서 지워질 위기에 처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행사 불허' 기조 속 올해는 톈안문 사태를 기념하는 불빛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33년 만에 처음으로 톈안먼 사태를 기념하는 교회 예배가 올해 처음으로 홍콩에서 열리지 않는다. 매년 열려왔던 이 가톨릭 미사는 톈안먼 사태를 기억하기 위해 홍콩인들이 공개적으로 모이는 마지막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홍콩 당국의 반칙(foul)을 우려로 취소됐다. 홍콩 가톨릭 학생 연합회 목사인 마틴 립은 AFP에 "현재 사회적 분위기 아래서 (미사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우리의 최종 결론은 홍콩의 어떤 법도 위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콩 종교계마저 당국의 단속을 우려하는 것은 이달 초 올해 90세인 젠 추기경은 612 인도주의적 기금에 관련한 혐의로 홍콩 국가보안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등 탄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612 인도주의적 기금에는 젠 추기경을 비롯해 마가렛 응 전 입법회 의원, 반중국 성향 가수 데니스 호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사법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해체됐다.

중국 정부는 3년 연속 홍콩에서 톈안먼 추모 집회를 막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1989년 6월4일 뜻하는 '8964'가 SNS 상에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송환법 반대 당시 대규모 시위를 진압한 존 리 행정장관이 취임하면서 국가 보안법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는 홍콩 당국은 3년 연속 코로나19를 이유로 빅토리아공원에서 다른 행사 개최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매년 6월4일 추모 집회가 열렸던 빅토리아 파크가 '스포츠 행사' 등을 목적으로 이미 사용예약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사용목적이 '스포츠 행사'이기 때문에 다른 목적, 즉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로니 통 가와 행정고문이자 법정 변호사는 SCMP에 "대중들은 6월4일 사건을 애도할 수 있지만 빅토리아공원에 모여 검은 옷을 입고 구호를 외칠 수는 없다"며 "이 모든 것은 법 집행 기관의 의혹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시민들의 톈안먼 추모 움직임 자체를 막았다는 설명이다. 오는 7월1일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을 앞둔 상황에서 톈안먼 사태 추모를 계기로 홍콩인들이 결집할 경우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홍콩민주민생협진회(香港民主民生協進會·ADPL) 등 주요 야당 단체들이 행사에 접근할 엄두를 못내게 만들고 있다.

로킨헤이 민주당 주석은 "우리는 대중들이 비극을 기념하기 위한 그들만의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브루스 류싱리 ADPL의장은 개인적으로 톈안문 사태를 기념할 예정이라면서도 국가보안법이 제정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유사한 행사를 개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6개 대학에 설치된 6월4일 추모하는 기념비를 모두 철거했다. 덴마크 예술가 옌스 갈시외트 만든 치욕의 기둥(Pillar of Shame)은 홍콩대학 소유의 지방으로 옮겨졌으며 홍콩 중문대에 있는 '민주주의 여신'상 역시 다른 장소로 보내졌다. 첸 웨이밍이 만든 링난대에 있던 벽 부조 역시 철거됐다.

첸은 AFP에 중국 정부에 대해 "그들은 역사적으로 수치스러운 사건을 없애려 한다"고 비판했다.

갈시외트의 조형물이 있던 자리는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대체됐다. 갈시외트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몇 년 후에 이곳에 있던 일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홍콩 공공도서관에 있는 57권의 톈안먼 관련 도서는 일반 대출이 금지됐다. 이는 지난해 홍콩 언론이 추산한 것보다 거의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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