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격전지] '김포공항 논란'으로 뜨거운 계양乙.."인천도 안 원해" vs "그래도 이재명"

인천=이유정 기자 2022. 5.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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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라는 검증된 유용한 도구 선택해 주십시오"
유세 본 시민 "이재명이 계양주민 이용하는 거 아니냐"
"이재명 지지하지만 김포공항 이전은 반대" 목소리도
윤형선 "공약에 대한 책임, 지역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인천에 40년 넘게 살았는데, (김포공항 이전은) 말도 안 되는 공약이라고 생각해요. 김포공항 쪽에 인프라가 구축 돼 있는데 하루아침에 인천공항으로 뚝 떼서 통합시킨다는 게 진짜 말이나 됩니까? 인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 웃기는 소리에요. 얼마나 인천을 모르면 그런 공약을 내세워요? 인천 사람들도 김포공항을 인천으로 통합하는 거 원하지 않아요. 순전히 우리 지역 이용하려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여요. 수직이착륙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할게요. 논할 가치도 없어요.”

인천 계양구 계양 2동 김모(48)씨
“이번에 이재명이 안 되면 정치 생명이 위태롭고, 나아가 민주당 세력도 많이 꺾이기 때문에 이재명이 (당선)되는 게 중요해요. 어찌됐든 우리를 밟고 올라서라는 게 이쪽 주민들 입장이에요. 이재명이 이긴다고 봐요. 이쪽은 원래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이거든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투표하러 나와야 해요. 이재명이 그래도 정치 거물인데 윤형선 싸움이 되겠어요?”

계산2동 정모(56)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가 ‘김포공항 이전’을 꺼낸 것은 지난 25일 유세 현장에서다. 유권자들에게 발송한 선거 공보물에도 담겨 있지 않은 이 공약을 이 후보는 같은 날 실시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TV 토론에서도 말했다. “앞으로 비행기는 활주하지 않는다. 수직이착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발언이 이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어 27일에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정책협약을 맺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 강남은 청주공항, 동부는 원주공항 가라’는 송 후보 발언은 여기서 나왔다.

(김포공항=뉴스1) 유승관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30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30일 오후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 모습. 2022.5.30/뉴스1

6·1 지방선거 막바지에 전국적인 논란을 일으킨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조선비즈가 30일 만난 계양을 주민 대다수는 김포공항 이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지금은 김포공항 바로 옆이어서 좋은데, 인천공항은 멀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들도 김포공항 이전을 특별히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김포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 중 일부는 이 후보를 거세게 비판했다. 계산동에서 만난 이모(67)씨는 “(이 후보가 말한) 수직이착륙?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라며 화를 냈다. 이어”멀쩡히 잘 기능하고 있는 김포공항을 왜 이전하냐”며 “그러면 결국 인천공항으로 다 몰리고,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30일 오전 11시 10분쯤 인천시 계양구 일대에서 유세차에 올라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무역업을 하고 있는 김모(80)씨는 “중국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는데, 김포공항이 사라지면 불편하다. 김포공항에 국내선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 “김포공항은 엄밀히 따지면 서울에 있다. 계양에 관심이 없는 거다. 서울보다 계양이나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경인교대입구역 앞에서 만난 최모(53)씨는 “김포공항 부지가 엄청나다. 공항 때문에 주변 지역 개발이 안 된다”며 “수도권에 주택이 너무 없으니까 그 공간을 청년들 임대주택으로 높게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계산동에 사는 김모(70)씨는 “이재명 얘기를 들어보니 실현 가능성 없는 것도 아니라 무작정 반대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지만 김포공항 이전은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동양동에 사는 최모(43)씨는 “이 후보의 복지 정책이 좋아서 지지한다”면서 “그런데 김포공항 이전에는 반대한다. 계양테크노밸리가 들어오면 인구가 늘 텐데, 공항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예상과 달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초박빙 상황에서, 이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을 앞세워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선거사무소에서 나와 유세차에 올랐다. 10분쯤 뒤 계산4동 롯데마트 뒤에 정차한 상태에서 마이크를 잡고 “김포공항을 인청공항으로 통합 이전하고 수도권 서부에 핵심 거점 첨단도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바로 계양이 사는 길이고 인천이 사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이라는 검증된 유용한 도구를 선택해 주십시오, 여러분”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유세에 몇몇 시민들이 박수를 쳤다. 그러나 건너편 골목에서 지켜보던 한 시민은 “말도 안 되는 공약”이라고 외쳤다. 인근에서 만난 박모(28)씨는 “유세에서 이재명이라는 검증된 도구를 이용해 달라는데, 자기가 계양구 주민을 정치 발판으로 이용하는 거 아니냐”며 “나는 유권자로서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 시민은 “시끄러워 죽겠다”고 말하며 유세차량 앞을 지나갔다.

윤형선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30일 오전 10시쯤 인천시 계양구 일대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오귀환 기자

비슷한 시각 윤 후보는 걸어 다니며 조용히 주민들을 만났다.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인천 계양구 계산역 5번 출구에 나타난 윤 후보는 가게 문 앞에서 양손을 가지런히 허벅지 위에 모으고 “안녕하세요 윤형선입니다”를 외쳤다. “지난 선거 때 뵀어요, 이번엔 (당선)되셔야 해요”며 응원하는 주민도 있었다. 윤 후보는 “3번째 출마임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윤 후보는 기자와 만나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해 “이 후보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이라며 “‘아니면 말고’식 아무말 대잔치”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났고, 민주당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이 후보가 갑자기 (공약으로) 넣었다”며 “공약에 대한 책임,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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