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도 절반이 미계약".. 민간임대시장 '찬바람'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완판’되던 민간임대아파트에서도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에서 물량 절반이 미계약된 단지가 나오는 등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3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전체 공급물량 452가구 중 미계약분 255가구를 대상으로 이 날까지 청약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전용 59~84㎡으로 구성된 아파트로, 임대보증금은 5억~7억원대다. 최장 10년동안 거주할 수 있고 계약 만료 후 임차인에게 분양전환권도 주어진다. 특히 다른 민간임대와는 달리 월세가 따로 없고 전세형으로 계약이 체결된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지난달 실시한 1순위 모집에서 완판을 기록하면서 평균경쟁률이 10대1을 넘겼다. 인기타입의 경우 경쟁률이 60대1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계약을 앞두고 확정분양가가 나오지 않으면서 청약 당첨자들의 반응은 냉담해졌다. 지난 10~12일 진행된 계약 현장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분양전환시점에 감정평가를 통해서 분양가를 정하기로 했다. 즉 임차인이 전세계약 만료 후 집을 분양받으려면 10년 후 시세에 맞춰 추가로 돈을 내야한다는 뜻이다. 이런 사실이 공개된 후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10년 후 몇억을 더 올려달라고 할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결국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가 속출했다.
민간임대주택은 만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없이 접수가 가능하고, 추첨제로 진행돼 청약 가점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 등이 부각하며 그간 인기를 끌었다. 임차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작년 9월 임차인을 모집한 용인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의 경우 경쟁률이 227대1에 달했으며, 계약이 완료된 후에는 웃돈을 주고 임차권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몰렸다.
그러나 올해들어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이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지표는 최근 2주 연속 하락했고, 시중에는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이 몰리면서 매물이 늘었다. 부동산 시장에 수요가 위축되는데 공급이 늘자 민간임대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진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청약을 진행한 장기일반민간임대 주택 ‘힐스테이트 인덕원’은 미계약분이 해소되지 않아 아직까지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용 50·64㎥ 타입 위주로 미계약분이 약 10가구 남아있으며, 50㎡ 타입은 저층과 고층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전용 50~74㎡ 타입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청약 당시 8만892명이 몰리면서 평균 23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기가 많았던 74㎡ 타입은 경쟁률이 847.7대1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정분양가가 9억~15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시세대비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용 74㎡짜리 주택의 확정분양가가 15억원인데, 지난 4월 12억5000만원에 팔린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2019년 준공) 전용 84㎡ 아파트보다 2억5000만원 비싸다.
지방에서는 지난 1월 대구에서 모집했던 ‘호반써밋 하이브파크’에서 미계약분이 대거 나왔다.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이 240대1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던 곳이지만, 대구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분양 관계자는 “아직도 100가구가량 미계약분이 남았다”면서 “대출이 안나오는 부적격자도 있었지만, 계약을 포기하는 세대가 많아 아직도 미계약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어 민간임대 아파트의 인기도 당분간은 이전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작년에는 시장에 공급이 부족해 민간임대 아파트로 관심이 쏠렸지만, 지금은 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주변 시세와 비교해 임차보증금이 크게 차이나지 않으면 수요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거래가 되지 않아 물건이 쌓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민간임대도 위치와 가격적인 측면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면 미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확정분양가가 나오지 않은 곳에서는 미래가치를 예상할 수 없으므로 인기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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