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들의 글러브를 보면 안다.. 왜 SSG가 지금 압도적 1등인지

김태우 기자 2022. 5.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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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한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확 바뀐 경기력으로 팀 내야를 이끌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수비 지표는 수비율이다. 실책 개수로 팀 수비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그러나 실책은 맹점이 많다. 타구를 그냥 포기해 버리면 실책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수비를 좋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OAA나 UZR과 같이 수비 능력을 조금 더 정확하게 살펴보는 지표가 있지만, 사실 이도 공격이나 수비 지표만큼 신뢰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심지어 KBO리그는 관련 지표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나마 유의미한 기록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수비 효율(DER)이다. 인플레이가 된 타구 중 얼마나 많은 타구를 처리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까지 올해 리그 성적은 공격이나 마운드 중 어느 특정 지표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팀 평균자책점 1위 팀인 키움은 전체 2위고, 3위인 두산은 전체 5위, 4위인 삼성은 6위다. 팀 OPS(출루율+장타율) 1위인 KIA는 전체 4위, 팀 OPS 2위인 LG는 전체 3위다. 오히려 리그 성적은 수비 지표, 특히 DER과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올해 DER 수치를 보면 SSG(.720)가 1위고, 전체 순위표에서도 실제 1위다. DER 2위인 키움(.709)도 전체 2위다. DER 3~5위인 두산, LG, KIA는 역시 전체 순위에서도 3~5위를 나눠 가지고 있다. 반대로 DER이 8~10위인 NC‧롯데‧한화는 그대로 하위권이다. DER이 수비력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로 결정되는 만큼, 오히려 이 지표가 전체 순위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SSG의 상승세는 수비의 뒷받침이 결정적이었다고 보는 게 맞는다. SSG의 2020년 DER은 0.681로 리그 5위, 2021년은 0.687로 역시 리그 5위였다. 그런데 올해는 이 수치가 급상승했다. 수비수들이 처리하게 쉽게 더 약한 타구를 만들어주는 마운드, 더 정교해진 수비 시프트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수들의 수비력 향상이 그 근간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시즌 전부터 수비에 많은 공을 쏟은 SSG였다. 손지환 조동화 코치가 내‧외야로 나눠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마냥 강훈련보다는 선수들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도 타격에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미 김원형 SSG 감독부터 “내‧외야 백업은 공격보다는 수비를 보고 뽑겠다”고 공언한 터였다. 수비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안 선수들은 개인적인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외야에는 김강민 최지훈이라는 이미 좋은 수비수가 중앙에 터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좌우 수비력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좌우 수비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동화 코치는 “한유섬의 경우는 예전보다 수비 범위가 더 넓어졌다. 선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좁은 수비 범위를 타구 판단이나 슬라이딩 캐치로 만회하는 능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좌익수 포지션의 경우 오태곤이 올해 많은 어시스트(보살)를 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조 코치는 “오태곤은 내야도 보는 선수다. 내야수는 플레이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글러브에서 공을 빨리 빼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오태곤의 경우 그런 부분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머리 뒤로 넘어가는 타구의 판단도 중요했는데 캠프 때부터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라는 개념 속에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타구 판단이 좋아지니 자연히 펜스 플레이의 효율도 높아진다.

▲ 빼어난 포구 능력을 갖춘 케빈 크론은 팀 내야 안정의 절대적 공신이다 ⓒ곽혜미 기자

내야는 유격수 박성한의 성장을 빼놓고는 아무 것도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다. 진짜 2년 사이에 공격과 수비에서 모든 게 바뀐 특이한 케이스다. 손지환 코치는 “축이 되는 오른발이 던지는 방향으로 안정성이 있어야 했는데 예전에는 그게 부족했다. 그것을 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안정성이 잡히니까 송구 정확도도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 경험도 있지만 센스도 있고, 여유도 있다.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타자 유형에 따라 어느 정도 위치에 가야 하는지 계산하는 정도가 훨씬 더 좋아졌으니 그런 좋은 플레이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가장 과소평가되는 선수는 1루수 케빈 크론이다. 큰 덩치에 비해 날렵한 수비를 보여주는 크론은 빼어난 포구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급할 때 대충 앞에까지만 던져놓으면 원바운드든 투바운드든 능숙하게 잡아낸다. 손 코치도 “외국인 1루수 중에 수비는 단언코 1등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1루수 중에는 수비만 놓고 보면 오재일(삼성)과 크론이 가장 안정적이다”면서 “어려운 타구 처리라든지 내야수들이 던지는 숏바운드 처리 능력은 1~2등을 다툰다. SSG 수비 안정화에 있어 크론이 아주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정교한 수비 시프트 또한 한 몫을 하고 있고, 그 수비 시프트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도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시프트를 알고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첫 발의 움직임부터가 다르다. 수비가 흔들릴 때마다 경험 많은 수비수들이 무게 중심을 잡는 베테랑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수비력이 좋은 포수 김민식도 가세했다. 수비가 흔들리지 않는 이상, SSG의 선두 질주 전선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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