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대산 꼭대기에서 통쾌한 전망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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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의 이름이 한남금북정맥이다. 그 산줄기 가운데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것대산이 있다. 청주의 중심을 흐르는 무심천에서 동쪽으로 직선거리 약 5km 지점에 있는 것대산에 옛사람들이 넘던 상봉재, 옛 봉수대 터, 전망 좋은 꼭대기가 있어 여행자들을 반긴다.
●것대산 꼭대기에서 통쾌한 전망을 즐기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금강산을 지나 남쪽으로 이어지다 태백산 부근에서 방향을 틀어 내륙 쪽으로 뻗어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그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부른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것대산은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까지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의 산 중 하나다.
것대산은 해발 484m다. 산 아래부터 걸어서 산에 올라도 되고, 산 정상 아래까지 차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차 한 대 정도 지날 수 있는 길이다. 중간에 비포장 구간도 조금 있다. 정상 아래 작은 빈터가 있어 차를 몇 대 세울 수 있다.) 정상은 것대산 활공장이다. 시야가 시원하게 뚫렸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서쪽으로 터졌다. 남쪽으로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쪽 풍경부터 북쪽으로 청주시 청원구 오창 일대까지 시원하고 통쾌하게 전망이 펼쳐진다. 시야를 가리는 것 하나 없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청주의 역사여행지 중 한 곳인 정북동토성이 멀리 보인다. 청주시 상당구 정북동에 있는 백제시대 토성인 정북동토성은 사진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정북동토성 뒤에 금강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인 미호천이 보인다.
정북동토성 남쪽에 있는 문암생태공원도 눈에 들어온다. 미호천으로 흘러드는 무심천 가에 있는 문암생태공원은 테마를 가진 숲과 습지원, 산책로, 작은 수목원 등이 있는 쉼터다.
청주의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며 흐르는 무심천 서쪽으로 뻗은 주요 도로인 사직대로와 직지대로가 주변 지형을 가늠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직지대로와 사직대로 사이 멀리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에 있는 부모산이 보인다.
사직대로 중 무심천을 건너는 청주대교와 그 남쪽 모충대교, 모충교, 예전부터 다리에 꽃을 심어 '꽃다리'라고 더 잘 알려진 청남교도 눈에 들어온다. 청남교 남쪽에 보이는 무심천 둔치 작은 숲은 청주에서 벌어진 동학농민혁명 격전지다.
가슴 뻥 뚫리는 통쾌한 전망을 즐기며, 청주의 지형과 곳곳에 있는 여행지와 역사의 장소를 멀리서 바라본다.
●옛 봉수대 터에 서서
역사 유적지는 것대산 정상 바로 아래에도 있다. 정상 아래 차를 몇 대 세울 수 있는 작은 빈터 부근에 것대산 봉수대 터가 있다. '청주 것대산 봉수'라는 이름으로 충청북도 문화재자료에 등록된 옛 봉수대 터다.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경남 남해와 서울 남산 구간을 잇는 봉수 노선에 있는 봉수대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와 충북 진천군 소이산 사이를 잇는 봉수였다. 조선시대에는 별장 1명, 감관 5명, 봉군 25명, 봉군보 75명이 봉수를 운영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이인좌의 난 때 이인좌의 군사들이 이곳 봉수를 점령하여 한양으로 봉수가 전해지는 것을 막았는데, 봉수지기와 몇몇 사람이 힘을 모아 간신히 한양으로 가는 봉수를 올려 소식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895년 봉수제가 폐지되면서 봉수대는 사라졌고, 이후 2009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봉수 시설물이 재현된 옛 봉수대 작은 마당에 햇볕이 오후의 햇볕이 고였다. 봉수대 하늘 위에 피어난 하얀 구름이 봉수대에서 피워 올린 연기 같이 보였다.
●옛날에 장꾼들 넘나들던 상봉재를 지나 상당산성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것대산 봉수대 터에서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옛 상봉재가 나온다. 상봉재 안내문에 따르면 미원이나 낭성에서 청주를 오가던 사람들이 넘던 고개다. 지금은 미원과 낭성이 청주시지만, 전에는 청원군에 속했었다.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청주시가 됐다.
미원과 낭성 부근에 살던 사람들이나 장꾼들이 인근에서 가장 크게 열렸던 청주장을 오갈 때 상봉재를 넘었다고 한다. 당시 청주장은 지금의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이다. 원래는 지금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장터가 있었는데, 큰 홍수에 장터가 휩쓸려나가고 지금의 자리로 장터를 옮겼다.
옛 장꾼들이 팍팍한 다리 두드리며 넘던 상봉재 고갯길을 넘어 서쪽으로 걷는다. 것대산 서쪽 산비탈에 난 오솔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다. 연둣빛 신록이 초록으로 색을 바꾸는 계절, 초록숲에 늦은 오후의 햇볕이 든다. 정돈되지 않은 숲길은 거칠다. 해가 기운다. 숲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해거름 숲길을 재촉하지 못하고 다시 상봉재 고갯마루로 돌아왔다. 것대산 정상으로 올라갔던 길을 따라 내려간다. 작은 저수지 수면에 비친 초록숲의 풍경이 고즈넉해 잠시 멈췄다. 여행지가 아닌, 누군가의 일상이 진득하게 배어있는 밭 위 저수지 풍경도 마음에 남는 계절이다.
산성교차로 부근 산성입구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상당산성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상당산성 성안 마을은 1990년대 전후부터 백숙을 파는 백숙마을이다. 백숙과 함께 대추술도 유명하다. 지금도 그 유명세는 여전하다. 하지만 오늘은 들기름에 지진 두부와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것대산 일대를 돌아본 오늘을 복기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것 같았다.
글·사진 장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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