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용돈 2만원, 노인 생일엔 20만원.. '無철학' 현금 공약 난무
#. 대전시장 선거는 ‘쩐(錢)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업주부 등에게 매달 10만 원의 가사수당 지급'을 1호 공약으로 내놓았다. 또 생후 36개월까지 매달 30만 원을 주는 출생기본수당을 취학 전 아동까지 확대하고, 초ㆍ중학교 입학준비금 5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이에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도 지지 않았다. △병역을 마친 청년에게 진로 탐색비 200만 원 △무주택 청년에게 월세 지원금 240만 원 등 ‘2030 공약’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노년층 공약은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이 후보가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무료로 시내버스를 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허 후보는 26일 ‘무상 대중교통’ 카드로 반격했다. 65세 이상 노인과 어린이, 청소년에 대해서는 버스ㆍ지하철을 무료화하고, 성인 요금도 반값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대전시가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을 국비로 보전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잊은 듯했다.
이처럼 6ㆍ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여야 후보들이 선심성 공약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OO수당' '○○지원금' 등 각종 현금성 복지 공약은 물론, ‘공짜 버스’ ‘재산세 100% 감면’ 등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까지 넘쳐난다. 후보들은 복지 확대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눈앞의 표만 겨냥한 무책임한 매표 행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①목욕수당, 생일 축하지원금… 넘쳐나는 ‘OO수당’
이번 선거의 특징은 특정 계층 혹은 세대를 겨냥한 각종 ‘OO수당’ 공약이 많다는 것이다. 이현재 국민의힘 경기 하남시장 후보는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월 20만 원의 돌봄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선호 민주당 울산 울주군수 후보는 8세부터 12세까지 어린이에게 매달 2만 원 용돈수당을 주겠다고 했다. 노영민 민주당 충북지사 후보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 원의 생일 축하지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서은숙 민주당 부산진구청장 후보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어르신 목욕비’ ‘이ㆍ미용비’를 각각 5,000원(10회), 1만 원(6회)씩 지원하겠다고 했다.
②재난지원금 지급은 ‘기본값’?
재난지원금 공약도 쏟아졌다. 이영찬 국민의힘 경기 안성시장 후보는 올해 하반기 안성시민 19만 명에게 1인당 30만 원의 일상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서태원 국민의힘 경기 가평군수 후보도 코로나19 피해를 본 군민을 위로하기 위해 모든 군민에게 20만 원씩을 주겠다고 했다. 이 밖에 김한종 민주당 전남 장성군수 후보(30만 원), 정기명 민주당 전남 여수시장 후보(30만 원), 이학수 민주당 전북 정읍시장 후보(10만 원) 등도 일상회복지원금 지급을 공약했다.
③40만원 재산세가 세금폭탄?
비현실적인 감세 공약도 잇따르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놓은 ‘시가 9억 원 이하 1주택자 재산세 100% 감면’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도내 전체 가구의 60%가량인 319만 가구가 최대 42만 원의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시ㆍ군세인 재산세에 대해 도지사가 ‘전액 감면’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연 최대 42만 원 수준인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게 도정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④황당 공약… 층간소음 매트리스 지원, 고교생 해외연수 보내주기
버스 요금 지원 등의 '무상시리즈'도 부지기수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정복ㆍ민주당 박남춘 후보 모두 ‘65세 이상 버스 무료’ 정책을 공약했다. 이광재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와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도 마찬가지다. 김보라 민주당 안성시장 후보처럼 모든 시민 공짜 버스 공약을 내놓은 경우도 있다.
다소 황당한 공약도 있다. 조길형 국민의힘 충주시장 후보는 “충주 관내 모든 고교생이 졸업 전 해외연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순걸 국민의힘 울산 울주군수 후보는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소음 방지용 매트리스 구입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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