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박아넣은 시간, 튀어오른 서정성..김형선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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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맞춰 촘촘히 박아넣은 저것은 솜도 아니고 자갈도 아니다.
작가 김형선이 '잔향 1'(Remaining Scent 1·2022)이라고 이름 붙인 저 풍경이 그렇다.
'잔향'이 오래 남는 독특한 조형방식이다.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기획전 '무용한 것들의 아름다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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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품는, 기억 마디마디 자연 복기해
구상으로 묘사보다 추상으로 흘려보낸 식
두껍게 올린 물감조각, '잔향' 오래 남겨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줄 맞춰 촘촘히 박아넣은 저것은 솜도 아니고 자갈도 아니다. 시간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훌쩍 떠나버리는, 세상의 무심한 어떤 것에 대한 기억과 흔적으로 새겼다. ‘무심한 어떤 것’의 대명사라면 자연이 있을 터. 그 끝이라도 붙들겠다고 한다면 저들처럼 박아넣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작가 김형선이 ‘잔향 1’(Remaining Scent 1·2022)이라고 이름 붙인 저 풍경이 그렇다. 작가는 누구나 품고 있을 기억 마디마디의 자연을 복기한다고 했다. 구상으로 묘사하기보다 추상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는데. 인간이 경험하는 자연이란 건 스스로에게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형체를 갖추기 때문이란다. “세월에 따라 나이테가 쌓이듯, 물감을 켜켜이 올리는 명상적 행위를 통해 자연의 무용함,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기록한다”고 했다.
굳이 ‘무용하다’라고 표현한 건 흘러가버리는 것에 대한 허무함이 커서일 거다. 꽃이든 바람이든 빗방울이든, 결국 사라져버리는, 그래서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튀어 오른 서정성이 한몫한다. 물감을 두껍게 올려 마치 물감조각처럼 보이도록 의도했다. ‘잔향’이 오래 남는 독특한 조형방식이다.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기획전 ‘무용한 것들의 아름다움’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116.8×91㎝. 갤러리도스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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