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나의 수집 편력기
학창 시절 기념우표를 사려고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줄을 섰던 기억이 아마 내 인생에서 수집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그때는 수집이 목적이라기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좋던 시절이었다. 본격적인 수집은 20여 년 전부터다. 초기에는 호기심으로 대한제국 호적부, 잡지 창간호, 청사진 건축도면 등 특별한 주제 없이 이것저것 사들였다. 주로 국내외 온라인 경매를 이용했고, 가끔 배낭을 메고 황학동과 동대문 풍물시장을 찾았다. 세계 최대 규모 책 시장이라는 도쿄 진보초에 위치한 고서점가를 헤매기도 했다. 한번은 경북 영주 대장간에서 낫, 호미, 도끼 등 진열된 물건을 고루 한 점씩 구입한 적도 있다. 어쩌다 그때 산 물건을 꺼내 보면 의아해하던 주인장의 표정이 떠오른다.
3년 쯤 모으다 보관 장소가 부족해 사달이 났던 다이얼 전화기, 무선호출기(속칭 ‘삐삐’), 시티폰, PC통신 단말기는 연구실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잠시 멈췄던 수집벽은 근대 건축 연구에 천착하면서 사진엽서로 이어졌다. 엽서 한 면에 그림이나 사진을 인쇄한 사진엽서에는 근대도시와 건축물의 모습이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짧은 소식을 전하며 사람 사이를 이어주던 엽서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수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거의 매일같이 경매 품목을 살피며 안목을 키웠고 고리타분한 물건을 사느니 주식투자에 나서라는 친구들의 권유를 물리쳐야 했다. 희귀 자료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 귀가를 서둘렀고 거리가 멀어 그마저 어려울 때는 음식점 주인의 컴퓨터를 빌려 응찰했다.
전문 수집가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라 세상에 내놓기 민망하지만, 인천 향토사 연구회를 이끄는 신용석 선생이 1988년 국내 첫 사진엽서전을 열어 사진엽서의 가치를 알렸던 것처럼 이제는 수집보다 모은 자료를 세상과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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