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열린 콩쿠르.. 매일 6시간씩 연주에만 집중했죠"

김성현 기자 2022. 5.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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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29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협연하는 모습. 양인모는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6개월이었던 것 같네요(웃음).”

29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대회 직후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 국민 작곡가 시벨리우스(1865~1957)의 이름을 따서 1965년부터 열리고 있는 이 대회는 올레그 카간(1965년), 빅토리아 뮬로바(1980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1985년) 같은 명바이올리니스트들을 배출한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과 함께 현대 작품 최고 해석상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2월쯤 대회 참가를 결심한 뒤 하루 5~6시간씩 연습했다”고 말했다. 직전 2015년 대회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제자인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이수정)가 우승했다.

양인모는 이미 지난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이후 국내외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스타 연주자다. 이 때문에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이름과 파가니니를 합쳐서 ‘인모니니’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콩쿠르 기간에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한국 팬들이 보내준 따뜻한 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면서 “제 음악에 귀 기울여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적지 않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 직후 한국 소속사인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를 통해서도 “참가자들이 서로를 통해 배우는 시간이었고 콩쿠르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는 그에게 7년 만의 ‘콩쿠르 재도전’이었다. 양인모는 “오랜만에 다시 참가하는 대회라서 사실 마음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수많은 무대들이 사라지면서 다시 집중하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역시 당초 2020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연기된 끝에 올해 개최됐다.

양인모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거쳐 현재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수학 중이다. 실은 클래식뿐 아니라 소문난 팝 음악 마니아이기도 하다. 라디오헤드 같은 록 그룹부터 켄드릭 라마 같은 래퍼의 힙합이 그의 휴대전화에도 가득 저장되어 있다. 듣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리믹스 곡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직접 발표하는 ‘만능 재주꾼’이다. 대중음악 작업을 할 때 그가 사용하는 예명은 ‘로 버짓 키드(low budget kid)’. 모든 걸 혼자서 하는 ‘저예산 소년’이라는 뜻으로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에는 오로지 클래식을 듣고 연주하는 데만 집중했다”면서 웃었다.

그는 오는 11월 부산시향(지휘 최수열)과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등 현대음악에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콩쿠르 우승자 같은 타이틀에 연연하기보다는 새로운 레퍼토리(연주곡)를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을 더욱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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