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대부가 추앙한 '곽분양'을 아십니까

곽아람 기자 2022. 5.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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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녹산의 난' 진압한 당나라 무장
아들은 부마, 딸은 황후, 손주 100명
19세기 조선 양반들의 롤모델 돼
팔순잔치 그린 '곽분양행락도' 유행
國外 11점 중 시카고미술관 소장품
한국서 복원 완료, 美 귀환 전 공개
미국 시카고미술관에 소장된 조선 후기 ‘곽분양행락도’ 병풍(가로 430.8㎝, 세로 187.1㎝). 최근 국내서 복원을 마쳤다. 위 사진은 팔순 잔치에서 흐뭇해하는 곽분양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세부. 아래는 전체 모습. /곽아람 기자·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추앙한 성공의 ‘롤모델’이 있었으니 바로 당나라 사람 곽자의(郭子儀, 697~781)다. 그는 안녹산의 난을 진압해 무장(武將)으로 승승장구했다. 8남 7녀를 두었는데 아들 하나는 부마가, 딸 하나는 황후가 되었고 나머지 자식들도 모두 출세했다. 손자 손녀는 100명이 넘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평생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85세까지 무병장수했다. 당 황실을 위기에서 구한 공로로 현재 산서성에 있는 분양(汾陽)의 군왕(郡王, 중국 제후)에 봉해져 ‘곽분양’이라고도 불린다. 조선 사대부층과 왕실은 부귀와 다복을 모두 누린 곽분양을 ‘워너비’로 삼았다. 그의 80세 생일잔치 풍경을 담은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를 그리게 해 소장했다. ‘곽분양이 즐겁게 놀다’라는 뜻의 이 그림은 특히 조선 후기에 유행했다.

현재 파악된 국내외 곽분양행락도는 모두 47점. 국외엔 미국 8점, 독일 2점, 프랑스 1점 등 모두 11점이 있다. 그중 한 점인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병풍이 최근 모국에서 새단장을 마쳤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30일 서울 정재문화보존연구소에 보존 처리 의뢰했던 병풍을 언론에 공개했다. 강임산 부장은 “2013년부터 국외 문화재 보존·복원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해 이 작품이 공모에 채택됐다. 지금까지 재단이 보존·복원한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 중 105번째”라고 밝혔다.

19세기 후반 제작된 이 8폭 병풍은 가로 430.8㎝, 세로 187.1㎝ 크기. 자손과 신하들을 거느리고 무희(舞姬)의 춤을 감상하는 곽분양의 화려한 생일 연회 장면을 비단에 그렸다. 태프트 대통령 때 중국 특사로 근무하기도 했던 변호사 윌리엄 J. 캘훈(Calhoun)의 수집품으로, 1940년 캘훈 부인이 시카고미술관에 기증했다. 지연수 시카고미술관 한국실 큐레이터는 “‘곽분양행락도’ 중 특히 필치며 채색이 빼어난 작품이지만 먼지에 찌들고 벌레 먹어 전시되지 못하고 수장고에 보관돼 있었다”고 했다. 미국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보통 중국·일본 미술품 전문가에게 복원을 의뢰하는데 원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고국으로 이송해 ‘치료’했다는 것이다. 병풍 중앙엔 곽분양을, 오른쪽에는 부인을 비롯한 집안 여자들을, 왼쪽엔 상류층의 생활을 그렸다. 지연수 큐레이터는 “중국 명대에는 황제가 충신들에게 곽자의 그림을 선물했지만, 조선에 들어와서는 부귀영화, 다산을 바라며 혼인, 생일잔치 등에 쓰였고 왕세자빈이 될 사람의 처소에 놓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병풍에 그려진 학, 원앙, 사슴 등이 모두 쌍을 이루고 있는 것도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다.

복원에 소요된 기간은 약 10개월. 이를 총지휘한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병풍을 만들 때 비단 아래 나무틀에 종이를 여러 겹 바르는데 조선 시대엔 종이가 귀해 폐지를 발랐다. 이번 복원 과정에서 1867년 평안남도 거주 남성의 군역을 조사한 호구단자 등이 나왔다. 이로서 이 병풍의 연대가 1867년 이후로 명확해졌다”고 했다. 병풍은 내달 13일 미국으로 돌아가며 7월 2일부터 9월 25일까지 시카고미술관 한국실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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