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도 칼럼]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다

정상도 기자 2022. 5. 3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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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충격 여전 '민주', 지도부 내홍에 적전 분열
지방선거 '지방소외' 책임, 견제와 균형 소명 다해야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내일은 ‘6·1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지방선거의 꽃’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선출로 지방권력이 새로 꾸려진다. 교육자치 수장인 교육감을 빼놓을 수 없다. ‘해양수도’ 깃발이 허울 뿐인데다 젊은이 유출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제2 도시’ 타이틀도 무색한 부산으로선 앞으로 4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고리로 가덕신공항 건설,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구축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엮여 있다. 고만고만한 도시로 주저앉느냐 서울공화국을 극복할 새로운 교두보로 거듭나느냐는 갈림길이다. 미래와 꿈이 있는 도시, 시민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그만큼 유권자 선택에 무게가 실린다. 내일 이들이 투표장으로 가야할 이유는 이처럼 차고 넘친다.

그런데 지난 27, 28일 사전투표율은 18.59%로 사상 최고인 전국 평균 20.62%를 밑돈다. 부산 유권자 291만6832명 가운데 54만2288명이 투표를 마쳤다. 남은 237만4544명 모두가 투표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나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지 못하리란 짐작은 가능하다. 투표율은 민의의 수렴이란 점에서 상징성이 남다르다.

투표율도 마뜩잖지만, 중차대한 지방선거를 대하는 여야 거대 양당의 태도는 더욱 마뜩잖다. 지방선거를 대통령 선거 연장전으로 몰고간 구도가 첫손에 꼽힌다. 대선 이후 숨돌릴 사이도 없이 지방선거가 이어지는 정치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0.73%포인트 차이로 갈라진 대선 당락의 여파가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 그 박빙의 결과로 모든 권력을 쥔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감당해야 할 몫이 크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에 젖은 야당, 더불어민주당도 예외일 수 없다.

지방선거도 안정론과 견제론이란 여야의 큰 전선이 펼쳐지는 중요한 정치 과정이다. 이번엔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낙선한 대선 후보가 대선을 진두지휘하던 당 대표 지역구 보궐선거에 금배지를 달겠다며 나섰고, 당 대표 출신 인사는 대권 필수코스라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5년 만에 권력을 내주고 졸지에 야당이 된 의회 다수당의 현실이다. 그 와중에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은 각자도생하며 악전고투 중이다. ‘일만 하겠다’는 절규는 지역별로 확연한 판세 속에 변방의 북소리처럼 흘러간다. 정당 공천과 무관한 교육감 선거마저 그 판세의 영향권 내에 있는 듯하다. 지방선거라지만 지방이 소외되는 모양새다.

이런 구도는 역량을 발휘해야 할 지역 인물이 당 색깔 탓에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부작용을 빚는다. 더 나아가 20년, 30년 전국 정당을 유지하자며 기고만장했던 야당이 지역 정당으로 위축되는 결과를 자초할 수도 있다. 그건 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퇴행이다. 야당의 책임이 막중하다 하겠다.

더 납득할 수 없는 건 야당 내분이다. “대선에서 졌는데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제기한 강력한 쇄신과 ‘86그룹 용퇴론’은 휴화산이 아니다. 당의 투톱, 박 위원장과 윤호중 위원장이 가까스로 내홍을 봉합했다. 하지만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인 팬덤 정치와 결별하는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이란 5대 쇄신 과제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언제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다수당을 만들어줘도 성과가 없고, 선거를 해도 희망이 안 보이고, 전직 민주당 소속 시장의 치욕적인 사퇴처럼 투표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넋두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퍼진다. 부산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뼈를 깎는 자성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시늉으로만 사과해선 표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엄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권력 쟁취가 공당의 목적이라면 견제와 균형이란 소명을 다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다’는 속담이 있다. 한 번 좋은 일이 있으면 다음에는 궂은일도 있는 것처럼 세상만사 좋고 나쁜 일이 돌고 돈다는 말이다. 이번 선거가 지나면 곧 총선이다. 그 반전의 씨앗은 자성과 지방선거 취지에 걸맞은 전력투구다. 선거 때마다 승리한다면 그건 선거가 아니다.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고 했다.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이 적다. 인지상정이다. 부산에서 민주당은 적어도 지난해 시장 보궐선거 때 득표율 34% 이상을 얻고, 일정 수준의 기초단체장 자리를 지키며, 광역의회에서 지분을 확보해 견제와 균형의 힘을 유지해야 한다. 그게 부산을, 시민을 위하는 일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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