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존폐위기에 놓인 지역대학 구해야
지난 금요일 하동요양원 견학을 떠나는 차에 올랐다. 부산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계열 행사로 견학 후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코로나19로 2년 넘도록 갇혀 지냈으니 그 기쁨이야 오죽할까? “우리는 오늘 MT 나왔어요”라며 까르르 웃는 입가엔 주렁주렁 함박꽃이 피었다. 60대 이상의 만학도도 제법 보이는데 학생들은 이미 18세 소녀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좀 늦어도 배운다고 여기니 자신감이 생겨 삶의 활기를 되찾는단다. 배움엔 나이가 더할수록 열정 만발이다.
필자도 47세에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했으니 만학의 은혜를 누렸다. 그러나 당시 법학 공부가 너무 어려워 여러 번 읽어야 겨우 문맥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생업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사회활동을 하려니 출석 수업 때는 거의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과정을 극복하면서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이 재정립되고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때의 일로 대학교 강의 땐 만학도의 고달픔을 함께 공감할 수 있어서 학생들이 사소하게 힘들어하는 것에도 마음이 간다. 딱딱한 책상에 앉은 배움의 자세만으로도 존경스럽다.
‘벚꽃 엔딩’이란 말이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뜻으로 서울로부터 먼 곳에 소재한 지역대학일수록 위기를 겪는다는 말이다. 봄의 전령사 벚꽃이 대학 존폐의 전령사가 됐다는 것은 지역 대학가의 잔인한 현실을 꼬집은 표현이다. 지역의 대학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선호 현상으로 인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이동규 동아대 교수가 수도권과 지방의 출생아 수 격차 등을 기초로 계산한 보고서를 보면 2021년 385곳인 국내 대학 수가 2042~2046년에는 190곳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25년 뒤에는 절반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대학 생존율이 70% 이상인 곳은 서울(81.5%)과 세종(75.0%)뿐이었고 부산은 30.4%로 생존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산의 경우 대학 10곳 중 7곳은 25년 뒤 폐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이 폐교하면 이후 피해는 수업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들과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수많은 교직원에게 엄청난 재앙을 안긴다. 지역사회 또한 시련이 닥친다. 전북 남원시에 있던 사립 종합대학인 서남대가 사학비리와 재정난 등으로 2018년 폐교했다. 이후 대학에서 4㎞ 이상 떨어진 지역 상권에도 고통이 휘몰아쳤다. 슈퍼 복사가게 카페 등 상점 78곳이 한꺼번에 문을 닫았다. 해운대 반송에 있던 동부산대학이 2020년에 폐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재수나 반수를 택하는 일이 빈번하다. 김병욱 국회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부산대는 2020년도 모집 인원(4509명) 대비 합격 포기 인원(3397명)이 75.3%에 달했다고 한다. 합격했던 수험생 10명 중 7명이 다른 학교로 입학하기 위해서 부산대 입학을 포기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 지역의 젊은이들은 상급학교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 및 수도권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나가니 부산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릴 정도다. 부산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율(20.4%)이 청년인구 비율(18.2%)보다 높아 빠르게 도시가 늙어 가는 중이다.
존폐위기에 놓인 지역대학 상황은 폐업 위기에 내몰린 골목상권과 흡사하다. 부산은 4년제 대학 15개, 전문대 8개로 그 구성원이 20만 명에 달한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지역대학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도 꿈을 심어주는 공공서비스다.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지역대학 몰락에 대한 정책적 결단과 더불어 각 대학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다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장단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할 것이다.
이번 6·1 지방선거 선출직 공무원은 부산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의 현안과 골목 경제를 두루 아는 ‘지역통’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부산이 산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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