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감능력 결핍이 부른 갈등 증폭의 시대

국제신문 2022. 5. 3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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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소셜미디어 앱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출시하고 ‘정치적 이념에 대한 차별 없는 플랫폼’을 약속하며 사용자들의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플랫폼에 깔린 정치적 의도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소셜미디어가 그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데 공헌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지난 수년 동안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자신을 검열한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2021년 국회의사당 반란 선동 등의 이유로 여러 SNS가 트럼프를 퇴출시키자 그는 TMTG(Trump Media & Thecnology Group)를 설립하고 보복 차원에서 “언론 자유의 챔피언으로 키우겠다”며 트루스 소셜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시큐러스대학 제니퍼 그리길 교수는 “트럼프는 재출마를 원한다. 앱의 타임라인은 플랫폼 준비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루스 소셜은 과거 소셜미디어로 큰 재미를 봤던 트럼프가 막강한 권력을 되찾고자 하는 수단으로 탄생했고, 이는 결국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확성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호소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도 지난 대선 때 극명한 갈등의 양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해 영국 킹스컬리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갈등 1위 국가로 대한민국을 꼽았다. 젠더·세대·학력·빈부격차에서 높은 갈등 수치가 기록되었다고 한다.

갈등이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충돌하는 상황을 말한다. 특히 현대사회 갈등은 복잡하고 다원화되어 있다. 가치관 신념 사상 세대 성별 등의 차이 혹은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놓고 끊임없이 대립한다. 이때 소통 부재는 한쪽 의견만을 대변하고자 하는 입장의 표면화를 낳고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한다. 이로 인해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은 커지고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정치판에도 이러한 혼란과 갈등을 부추길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자기 정치적 파이의 크기를 키우려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은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끝없는 대결 구도로 이어지면 사회 해체와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해 시민의 삶을 황폐화할 수 있다. 이념 진영을 나누고 이분법적인 흑백 논리를 적용해 누가 더 나쁘냐 식의 정치는 혐오와 분노를 조장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 구도로 승자가 된다면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갈등 해결법에 대해 동서양의 관점은 다르다고 한다. 동양은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지만 서양은 사람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한다. 서양은 개인의 이익과 삶을 보장받기 위해 절대적인 가치를 존중하고 지키려 노력하지만 동양은 상대적인 가치를 상황에 따라 적용해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동양의 명분론에 따른 갈등 대처법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또 다른 문제를 이슈화해서 덮으려는 물타기에 집중한다. 이는 해소되지 못한 갈등에 대한 반발로 또 다른 갈등을 낳게 해 증오를 확대 재생산한다. 불신의 악순환 고리는 그렇게 이어진다.


사회통합은 어려운 숙제이다.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 시민 개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가치관과 삶을 성찰하면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연대의식과 공감 능력을 확장해 상호 존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숙의적인 의사소통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건전한 공론의 장을 형성하여 여론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갈등을 중재해야 함에도 제 역할과 소명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치 시스템도 확 바꿔야 한다. 건전한 사회적 구조와 안정적인 정치기반 그리고 행정부의 적극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행정적인 묘미를 발휘해 시민 피로도를 줄이고 신뢰 사회로 이끄는 것이 새 정부의 숙제이기도 하다.

송진순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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