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pick] '택시 드라이버' 각본가, 이번엔 도박장으로 외
넷플릭스 ‘카드카운터’
군 감옥에서 8년 반을 보낸 뒤 출소한 퇴역 군인 ‘빌’(오스카 아이삭)은 미국 전역의 카지노를 옮겨 다니는 떠돌이 카드 도박꾼. ‘적게 걸고 적게 딴다’는 원칙을 지키며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는 혼자만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옛 전우의 아들 ‘커크’(타이 셰리던)가 아버지의 복수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한다. 빌과 커크의 아버지 모두를 현재의 수렁 속에 몰아 넣은 한 남자를 향한 복수다. 빌은 이 젊은이를 원한으로부터 구해내려 위험한 도박판에 뛰어든다. 아직 죄의식, 복수심, 외로움으로부터 스스로도 구해내지 못했는데, 빌은 커크를 구원할 수 있을까.
빌은 숙소를 옮길 때마다 방 안의 모든 가구와 물건을 흰 천으로 꽁꽁 싸맨다. 마치 세상이 자신을, 혹은 자신이 세상을 더 이상 오염시키거나 상처내지 못하록 방어막을 치듯이. “이 징벌에는 끝이 있을까. 진정한 속죄를 위한 노력엔 끝이 있을까. 그 끝에 다다른 것을 알 수는 있을까.” 스스로를 향해 묻지만 답은 여전히 알 수 없다.
감독 폴 슈레이더는 이 영화를 제작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걸작 ‘택시 드라이버’(1976)의 각본가. 전쟁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퇴역 군인이 선명한 악(惡)의 존재로부터 한 젊은이를 구해내려 애쓰는 이야기, 그 깊은 외로움과 우울함, 무력감의 정서가 거울에 비친듯 닮아 있다. 극장처럼 어두운 방에서 집중해서 보면 더 좋을 작품이다.
클래식 ‘에스메 콰르텟’
에스메는 프랑스어 고어(古語)로 ‘사랑받다’라는 뜻. 이름처럼 2018년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실내악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조명받고 있는 한국 여성 4중주단이다. 작곡가 진은숙의 곡을 담은 이들의 데뷔 음반도 영국·프랑스의 클래식 전문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최근 북미 투어를 마치고 두 번째 음반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이들이 6월 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멘델스존과 보로딘의 현악 4중주 2번,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3번을 함께 들려준다.
영화 ‘애프터 양’
1일 개봉하는 ‘애프터 양’은 미니멀하고 아름다운 SF 영화다. 제이크(콜린 패럴)와 키라(조디 터너 스미스) 부부는 중국에서 입양한 딸 미카를 위해 안드로이드 로봇 ‘양’(저스틴 민)을 선물한다. 몇 년 동안 가족처럼 살던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고, 제이크는 수리할 방법을 찾다가 그 로봇에 저장된 기억과 시간을 발견한다. 그것은 불편하고 충격적이다. ‘파친코’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로봇이 양육과 정서까지 책임지는 가족을 배경으로 인간관계라는 주제를 들여다본다.
연극 ‘웰킨’
1759년 영국 한 지역에서 마을 유지의 딸이 살해된다. 용의자는 하녀로 일하던 여성 샐리. 그녀는 사형을 선고받지만 임신 중이라며 감형을 탄원한다. 진위를 판별하기 위해 모인 배심원들이 법정 위 다락방에서 치열한 논쟁을 펼친다. ‘차이메리카’로 영국 올리비에상을 받은 작가 루시 커크우드의 신작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 노동, 계급, 종교, 법, 성별 등 공정성에 대한 질문이 깊고 날카롭다. 고윤희 김별 김정아 등이 출연한다. 진해정 연출로 7~25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뮤지컬 ‘박정희’
지난해 2월 부산 초연부터 70여 회를 달려온 창작 뮤지컬이다.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 백선엽, 육영수 등이 등장하고 김일성의 ‘강병부국’에 맞서 ‘부국강병’을 이루려는 박정희의 고심이 무대에 펼쳐진다. 보릿고개를 넘어 경제발전의 기초를 세우는 과정,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의 모습, 김재규·차지철의 권력투쟁도 흥미를 더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지면서 성공 신화를 확인하려는 관객이 많이 찾는다고 제작사는 전했다. 5~6일 목동 로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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