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자 대북제재에 러 은행 첫 포함.. '세컨더리 보이콧' 칼 뺐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2. 5. 3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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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결의안 반대 中-러 본격 압박
北자금동결 해제때 송금 역할 한 러 극동은행 등 2곳 리스트에 올려
2019년 제정 '오토웜비어법' 적용해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곳 함께 제재"
북한의 잇따른 고강도 도발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을 반대해 채택이 무산되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취한 독자 제재 리스트에 러시아 은행을 처음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불법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적용을 의무화한 ‘오토웜비어법’에 따라 이 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정부나 은행 등 기관까지 폭넓게 제재해 파장력이 크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극동은행은 북-러 금융 거래의 핵심 기관이다. 극동은행과 거래한 러시아와 중국 은행들도 줄줄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이 경제 제재의 핵심인 금융 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 확대 카드까지 꺼내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30일(현지 시간)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의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며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방법으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CVID)”고 강조했다.

○ 북-러 금융거래 핵심 은행 제재한 美

러시아 극동은행과 스푸트니크은행은 미 재무부와 국무부가 27일 발표한 독자 대북제재 대상에 올랐다. 바이든 행정부에 따르면 극동은행은 미국 제재 대상인 고려항공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스푸트니크은행은 북한 조선무역은행에 금융 지원을 했다.

아트욤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29일 “미국이 프리모르스키 지방(극동 지역) 최대 은행인 극동은행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중대 사건”이라며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러시아 은행을 제재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극동은행은 북-러 금융 거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은행은 2007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봉인하기로 한 북핵 6자회담 ‘2·13합의’에 따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돼 있던 북한 통치자금 2500만 달러(약 311억 원)를 북한으로 송금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 은행에는 북한의 대외무역 관련 거래를 총괄하는 조선무역은행 계좌가 개설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재 실효성 논란에 세컨더리 보이콧 본격화

바이든 행정부가 북-러 금융 거래의 핵심을 담당하는 러시아 은행을 제재한 배경이 주목된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반대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의 브라이언 넬슨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북한 정부에 중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외국 금융기관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이번 제재에 2019년 제정된 ‘오토웜비어법’을 적용했다. 이 법은 북한의 불법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을 의무화했다. 북한을 방문했다가 혼수상태로 2017년 미국에 돌아온 뒤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붙였다. 극동은행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트가 세운 러시아지역개발은행(VBRR)의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어 제재 대상이 크게 확대될 수도 있다.

실제 미 재무부는 극동은행 등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과 거래하거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외국 금융기관은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을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두 차례 발표한 북한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한 독자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두고 솜방망이 논란이 일자 중-러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금융 제재로 제재 범위를 확대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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