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문제
지난 26일 대법원은 이른바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이 규정한 연령차별 금지조항에 대한 해석을 통해 사업주가 근로자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일정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2013년 무렵 등장한 임금피크제는 과거 고령자고용법상 55세 정년을 58세나 60세로 늘리면서 근로자의 퇴직을 미루는 대신 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도입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모든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것은 아니고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고령근로자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삭감하는 형태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정년연장 여부를 중요하게 봤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해 과거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때 근로자의 정년을 늘리면서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을 일정하게 감액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정년을 늘리지도 않으면서 임금만 일률적으로 감액한 것은 위법할 수 있다. 대법원은 정년연장 여부 외에도 도입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제도의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한다.
판결의 취지와 별개로 임금피크제가 기업에서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면 복잡한 현실의 문제가 보인다. 현행 고령자고용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령자는 55세 이상인 사람을 말하고 준고령자는 50세 이상 55세 미만인 자를 말한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조만간 퇴직이 예정된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연장 없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위법한 것이 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예측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 50세 이상 연령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45.8%에서 2030년에는 55.0%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저출산의 당연한 귀결로 2030년에는 청년층(15~29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의 19.9%에서 14.7%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노동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50세 이상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오히려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년·고령의 근로자들과 기업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이들 근로자는 회사에서 임원이 되지 못한 근로자, 보직을 받지 못했거나 특정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근로자로 여전히 팀원으로 일하는 자의 모습을 띨 것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수준이 과거 연공형 임금체계에 따라 너무 높게 설정됐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전환해 합리적인 보상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시행하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현실의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인력들이 필요하고 50대 이상 근로자들 역시 여전히 노동의욕이 넘친다.
이 경우 노사의 자율적 합의에 따라 도입한 임금피크제까지 정년연장을 하지 않았다고 무효로 볼 수 있을까. 임금피크제는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워크셰어링(work sharing)의 한 형태로 정년고용을 보장받는 측면이 강조돼야 할 것이다.
물론 임금피크제가 고령 근로자들의 임금을 제도적으로 삭감하는 형태로 도입되고 현실에서 이들 근로자들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실패라고 할 것이다. 고령 근로자들을 경제활동에 복무토록 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된다면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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