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독자들 공감.. 내겐 빛·그림자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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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180도 뒤집힐 거란 생각과 달리,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거였구나, 그런 힘이 계속 끌고 갔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조금 모범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뭔가 원해서 한다는 느낌이 강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산짐승도 울었는데, 그땐 무서운 줄도 몰랐죠."
은 작가는 100쇄를 맞아 책 내용을 조금 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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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녀 관점서 인간 군상 포착
"무서운 집중력으로 몰입해 집필"
비하 표현·오류 고친 개정판 내놔
차기작 '몸에 대한 이야기' 준비 중
주위 조언에 따라 장편소설을 쓰기로 하고, 엄마 도움도 받아 해발 1000m가 넘는 절의 선방으로 들어갔다. 당시 35세 주부로, 삶이 답답했던 그는 왜 자신이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지 거슬러 생각해 보니 바로 열두 살 무렵이 변곡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열두 살 무렵을 되돌아보는 소설을 쓰기로 하고 글쓰기에 몰입했다. 2년 뒤 다시 찾은 절을 사흘 만에 내려와야 했던 것과 다른 무서운 집중력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거였구나, 그런 힘이 계속 끌고 갔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조금 모범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뭔가 원해서 한다는 느낌이 강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산짐승도 울었는데, 그땐 무서운 줄도 몰랐죠.”
중견작가 은희경이 스님들이 참선 정진하는 선방에서 구도가 아닌 글쓰기에 몰입한 끝에 1995년 완성한 작품이 바로 그의 첫 장편 ‘새의 선물’이었다. 작품은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거머쥐며 스테디셀러의 기반을 다진 뒤, 27년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끝에 최근 100쇄를 찍었다.
작품은 12세 소녀 진희의 시선을 통해 서흥동 감나무집 가족과 광진테라 아줌마를 비롯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성장소설이다. 어린 화자 진희를 통해 삶의 진실과 이면, 부조리를 드러내면서 우리에게 삶과 사랑,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게 만든다.
은 작가는 3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새의 선물’ 100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순간에 관심 받은 작품이 아니라 27년 동안 독자들이 ‘새의 선물’이 던진 질문에 공감해 줬다는 건 작가로서 행복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은 “멀고도 환한 빛이자 길고도 희미한 그림자였다”고 그는 평했다. “책 덕분에 작가 생활을 좀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항상 제 대표작을 첫 책으로 꼽을 때 나는 첫 책보다 잘 쓸 수 없는 작가인가, 좌절을 느끼곤 했어요. 발밑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한계가 지어진 느낌이기도 했어요.”
에피소드 하나. 출간 당시엔 모두 팔릴 만한 책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강태형 당시 문학동네 대표는 10만부가 팔리면 차를 사 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편집위원 모두 당치 않다는 의미로 웃었다. 그런데 책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강 대표는 그해 은 작가에게 차를 선물해야 했다.
은 작가는 100쇄를 맞아 책 내용을 조금 손봤다. ‘앉은뱅이 책상’을 ‘좌식 책상’으로 바꾸는 등 장애나 여성에 대한 비하 표현이나 일부 오류를 고쳤다. 그는 ‘몸에 대한 이야기’로 장편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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