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맏언니 지은희 'LPGA 매치퀸' 오르다
日 후루에 상대 3홀차로 승리, 3년4개월 만에 통산 6승
한국선수 최고령 우승.. US여자오픈 출전권도 확보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맏언니 지은희(36)가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열네 살 어린 후루에 아야카(22·일본)를 만났다. 지은희는 투어 데뷔 16년 차를 맞은 베테랑이고, 후루에는 미국에선 신인이지만 일본 투어에선 이미 7승을 올린 스타였다. 세계 랭킹은 지은희가 83위, 후루에가 27위였다.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달러) 결승은 3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크리크 골프코스(파72·6777야드)에서 열렸다. 3년 4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해 LPGA 투어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쓰는 것 말고도, 지은희에겐 꼭 우승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빠짐없이 출전해온 US여자오픈 티켓을 손에 넣을 마지막 기회였다. 오는 2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에는 총상금 1000만달러가 걸려 있다. 2009 US여자오픈 챔피언인 지은희는 10년간 출전 자격을 얻었으나, 그 이후엔 자력으로 따내야 했다.
섀도크리크는 그린이 빠르고 더위와 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 까다로운 코스였다. 지은희는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과 집중력으로 승부했다. 7번홀(파5)까지 1홀 차로 뒤지던 지은희는 8번홀(파3) 버디를 잡아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어 9번홀(파5)에서 52도 웨지샷을 92야드 떨어진 홀에 집어넣어 이글을 만들면서 흐름을 가져왔다. 10번홀(파4)까지 연속 세 홀을 따내 2홀 차로 앞서갔다.
지은희는 11번홀(파4)을 내줬으나, 12번홀(파4)과 16번홀(파5)을 따내 2홀 남기고 3홀 차 승리를 확정했다. 통산 6승을 달성하며 36세 16일 나이로 LPGA 투어 한국인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박희영(35)이 2020년 작성한 32세 8개월 17일이었다. 이 대회 전까지 올 시즌 LPGA 투어 우승자 평균 연령은 25.55세였다. 준우승에 머문 후루에는 “바람 때문에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진됐다”고 했다.
지은희는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8000만원)와 마지막 한 장 남은 US여자오픈 출전권을 받았다. “퍼트가 잘됐고, 그린 주변이 어려웠는데 칩샷도 좋았다”며 “기술샷이나 그린 주변 러프에서 어프로치샷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부분에서 (고참으로서 오랜 경험이) 조금 유리했던 것 같다”고 했다.
지은희는 이번 대회 예선에서 파자리 아난나루깐(23·태국), 대니엘 강(30·미국)을 이겼고 켈리 탄(29·말레이시아)과 비겼다. 16강부터 최혜진(23), 마들렌 삭스트룀(30·스웨덴), 안드레아 리(24·미국)를 차례로 꺾으면서, 비교적 큰 점수 차로 승리해 경기를 일찍 끝냈다. “발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허리가 아플 만큼 경기 일정이 힘들었다”며 “그래도 20홀 이상 연장전을 치른 선수들에 비해 나는 잘 자고 푹 쉬어 유리했다”고 했다.
2007년 투어 데뷔한 지은희는 2009년 US여자오픈 이후 8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30대에 접어든 2017년부터 스윙 교정 효과를 보면서 3년간 매년 1승씩 거뒀다. 이번 우승엔 후배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김효주(27)랑 같은 숙소에 있었는데 먼저 탈락하고도 저를 응원하겠다고 하루 더 머물다 갔어요. 최운정(32)과 이미향(29)도 단체 채팅방에서 응원 많이 해줬고요. 너무 고맙죠.”
지은희는 “US여자오픈에 진짜 너무 가고 싶었다”며 “이번 주 우승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더욱 집중했다”고 했다. “이제 US여자오픈 대회장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해야 한다”며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하루 쉬고 다시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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