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베테랑 '맏언니'가 해냈다
결승서 열네살 어린 후루에 꺾고
3년4개월 만에 트로피, 통산 6승
내주 US여자오픈 출전권도 획득
“한국 최고령 우승”에 “오, 예스”
‘맏언니’ 지은희(36)가 초인적인 힘으로 짜릿한 우승 드라마를 썼다.
매치플레이 출전선수 64명 중 스테이시 루이스(37·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그가 닷새 동안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넘어 우승하리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다음달 2일 개막하는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제77회 US여자오픈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은 수고한 베테랑에게 주는 감동의 보너스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선수 중 최고참인 지은희가 3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파72·6776야드)에서 열린 뱅크오브호프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달러) 결승에서 열네 살차 신인 후루에 아야카(일본)를 3&2(2홀 남기고 3홀차 승리)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 교포선수 안드레이 리(미국)를 4&3로 제친 지은희는 잠시 휴식 후 이어진 결승에서도 고비마다 신기의 샷과 퍼트감을 발휘한 끝에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8000만원)를 거머쥐었다. 조별리그(2승1무) 이후 16강전부터 4경기를 전승한 끝에 거둔 우승이다.
2007년 LPGA 투어로 건너가 2008년 웨그먼스 LPGA, 2009년 US여자오픈을 포함해 5승을 거둔 지은희는 2019년 1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가 3년4개월 만에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통산 6번째 트로피를 들었다.
세계 83위까지 내려가 다음주 US여자오픈 출전권을 받지 못한 지은희는 이 대회 우승자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티켓을 따내곤 감격했다. 2009년 US오픈 챔피언인 그는 2008년부터 이어온 연속출장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올해는 못 가는 줄 알았는데, 너무 기쁘다. 진짜 너무 가고 싶었다”는 그는 “랭킹도 떨어지고, 초반에 코로나19 때문에 대회를 많이 못 나가 좀 우울했었는데 우승도 하고, US오픈에도 나가게 돼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최근 2년 연속 3승을 거두는 등 7승을 올리고 올해 LPGA투어 데뷔 10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에 도전한 후루에(세계 27위)를 투어 16년차 베테랑 지은희가 경험과 노련미로 압도했다.
3번홀(파4)을 먼저 따낸 지은희는 4번홀(파5)과 7번홀(파5)에서 짧은 파 퍼트를 실패하며 역전당해 불안감을 드리웠다. 하지만 지은희는 8번홀 이후 샷과 퍼트감을 회복하며 3홀 연속 승리를 따내 단숨에 2홀차 역전에 성공했다. 8번홀(파3)에서 2m 버디 퍼트를 넣었고, 9번홀(파5)에서는 92야드 거리에서 친 3번째샷을 홀에 넣는 환상적인 샷이글을 뿜어냈다. 10번홀(파4)에서는 후루에가 3번 만에 그린에 올리며 보기를 범했다.
11번홀(파4) 패배를 12번홀(파4) 승리로 만회하며 2홀 리드를 살린 지은희는 16번홀(파5)에서 3m거리의 파 퍼트를 넣은 뒤 상대가 그보다 짧은 파 퍼트를 실패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우승 순간을 맞았다.
지은희는 우승 직후 스탠딩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한 주였다. 하지만 샷이 좋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선 게 좋은 결과를 봤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한국선수 중 최고령 우승자”라는 사실을 확인하자, 지은희는 “맞다. 오~, 예스!”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36세17일째인 지은희는 2020년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박희영이 32세8개월16일에 거둔 종전 한국선수 최고령 우승기록을 넘어섰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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