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을 살려야 석유화학기업이 산다
SK지오센트릭, 생활용품 기업과
폐플라스틱 활용 제품 생산키로
LG화학, 폐기물 선별 연구에 투자
다양한 친환경 제품 출시할 예정
“석유기반 플라스틱 산업 한계
30% 그친 재활용률 끌어올려야”
지난 4월 초 총 7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34개 투자자그룹은 폭스바겐과 BP 등 유럽을 대표하는 17개 기업 이사회에 서한을 보냈다.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회계 처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하며,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감사위원을 재선임할 때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내용이었다. 기후변화로 수익성이 감소하고 일부 자산은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이들 요인을 회계에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수익성과 직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제조업 중 철강에 이어 두 번째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30일 생활용품 전문기업 라이온코리아와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핸드워시와 세탁세제를 생산하는 라이온코리아 제품에 폐플라스틱 원료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핸드워시 제품에 재생 플라스틱을 50% 사용하게 되면 연간 220t 수준의 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SK지오센트릭은 설명했다.
최근 재활용 플라스틱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펩시, 네슬레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을 2025년까지 최소 25%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t당 1690유로로 전년 동월 대비 103%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이 올해 455억달러(약 55조원)에서 2026년 650억달러(79조원)로 연평균 7.5%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재활용이 비교적 쉬운 페트의 경우 2023년부터 30% 이상 재생원료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면서 폐플라스틱 몸값이 높아졌다.
국내 폐플라스틱 가격은 지난 4월 기준, ㎏당 372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5.5% 올랐다. 여기에 올해부터 환경부가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는 사업 확장에 필수가 됐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폐플라스틱은 중국, 일본, 태국 등에서 조달했지만 올해부터 국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야 한다”며 “폐플라스틱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국내 폐플라스틱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폐플라스틱 연료 확보를 위해 경기 시흥시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시흥도시공사가 운영 중인 생활 폐기물 선별장을 활용해 2023년까지 폐기물 선별 공정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이를 통해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LG화학은 밝혔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 합성 이전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는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의 플라스틱을 선별해 일정한 크기의 조각으로 만들어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물리적 재활용’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산업 구조가 지속하려면 재활용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석유기반 플라스틱 산업구조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다”면서 “식물을 원료로 하는 경우에는 생태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약 30%에 그친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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