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거주지 휘저은 이스라엘 국기.."영유권" 유혈 충돌 부추긴 정부
‘예루살렘의날’ 극우파 행진
역대 최대 규모 2600여명
성지까지 진입해 충돌 격화
팔 “강제 점령 합법화 안 돼”
이스라엘 우익 단체들이 ‘예루살렘의날’을 맞아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지역에서 ‘깃발 행진’ 행사를 벌이다 유혈 충돌이 일어났다. 이스라엘 정부가 극우 단체의 이 지역 내부 유대교 성지 진입까지 허용하면서 충돌이 격화됐다.
팔레스타인 통신 WAFA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청년 수천명은 예루살렘의날인 29일(현지시간) 국기를 들고 서예루살렘에서부터 동예루살렘 구시가지 성전산의 알아크사 이슬람사원을 거쳐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까지 행진했다.
예루살렘의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요르단으로부터 동예루살렘을 빼앗아 예루살렘을 완전 점령하게 된 것을 기리는 날이다. 성전산은 무슬림과 유대인들 모두에게 성지로 여겨진다.
이스라엘 정부가 극우단체의 성전산 진입을 허용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2600여명이 이곳에 입장했다. 이스라엘 극우 단체들은 이날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 들어서면서부터 “아랍인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고 춤을 추며 행진했다. 이날 행진에 앞서 일부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이곳 주민들을 폭행하고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렸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의자와 유리병 등을 집어 던지며 맞섰다. 이에 권총을 꺼내드는 이스라엘인들도 있었다.
주변에 있던 이스라엘 경찰은 난동을 부리는 이스라엘인들을 적극 제지하는 대신 이스라엘 극우 단체 행진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강제로 철수시켰다. 팔레스타인의 적십자 격인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이 쏜 고무탄, 수류탄 등에 주민 79명이 다쳤고 이 중 1명은 실탄을 맞았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경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 간 충돌로 최소 163명이 다친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 극우 단체들의 연례 행사인 예루살렘의날 깃발 행진은 팔레스타인 주민 입장에선 치욕스러운 날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양측 긴장만 고조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향후 국가 건설 시 수도로 삼으려는 곳이어서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 극우의 도발은 빈번하게 유혈충돌로 이어진다. 지난해 행사 때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으로 보복하면서 11일간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전쟁으로 양측에서 최소 260명이 숨졌다.
앞서 하마스는 올해도 이스라엘 극우의 도발이 계속되면 로켓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직까지 공격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이스라엘군은 일대를 순찰비행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도 예루살렘 영유권을 주장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극우 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예루살렘은 하나의 통일된 (이스라엘의) 도시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영유권을 주장하며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발언은 예루살렘 강제 점령을 합법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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