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태평양 10개국과 경제·안보 포괄협정 체결 실패
3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남태평양 피지에서 열린 제2차 중국-남태평양 섬나라 10개국과 외교장관회의에서 안보와 경제협력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일부 국가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첸보 주피지 중국 대사는 “일부 특정 이슈에 대해 10개국 중 몇몇 국가의 우려가 있었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절대 무언가를 강압하지 않으며, 개도국 친구들과, 작은 도서국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AP는 몇개 국가가 이견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크로네시아 측이 이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기 위해 ‘차이나 머니’로 경제적 지원을 통해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포섭하기 위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순방에 나섰다.
중국과 수교를 맺은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니우에, 쿡제도, 미크로네시아 등과 개별 회의를 열고, 30일에는 중국과 10개국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협정을 맺는다는 계획이었다.
중국은 남태평양 10개국에 자유무역협정(FTA) 전망,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 등 수백만달러의 경제적 지원을 제시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태평양 섬나라들과 안보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 공안을 파견해 해당 국가의 경찰을 훈련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개발 비전’을 제시했다. 또 사이버 보안 문제 등 네트워크 협력 강화, 각 국과의 정치적 관계 확대, 해도(海圖) 작성,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대 등도 포함됐다.
미국과 호주 등은 궁극적으로 이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거점 출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호주 정부는 페니 웡 신임 외무장관을 피지로 급파해 외교전에 불을 지폈고, 피지는 남태평양 섬나라로는 처음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키로 했다.
또 미중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한 편에 기울 경우 국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남태평양 섬나라들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앞서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에게 보낸 협정 관련 서신을 보낸 것에 대해 “불필요하게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며 “잘하면 신냉전시대, 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협정 체결 실패에 대해 “계속 논의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포괄적 협력 비전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진 못했지만 남태평양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개별 섬나라를 상대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솔로몬 제도와는 무관세 혜택 제공, 무역·투자 편리화, 체육시설 및 병원 건설 지원, 방역 지원, 법 집행 협력, 경찰력 구축 지원, 민간 항공 수송 협력, 기후변화 지원 등에 합의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호주 북동쪽에서 약 2000㎞ 떨어진 솔로몬제도와 안보협력 협정을 맺었는데 협정에는 중국 군함이 솔로몬제도에서 보급을 받을 수 있으며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중국이 군과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다는 등 내용이 포함됐다.
또 키리바시와는 방역 협력 및 일대일로 건설 협력 강화, 기후변화 협력, 재해 방지 및 인프라 협력, 사모아와는 친환경 발전 및 기후변화 협력, 경찰학교 건설 지원 등에 각각 합의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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