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대상을 적폐수사에 활용..문재인 정부의 모순"

이보라 기자 2022. 5. 3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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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회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문재인 정부 5년 검찰 보고서 발간 및 검찰개혁 성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검 지휘부가 ‘핵심’ 특수수사 보호, 지엽적 이슈 양보 전략
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권력’ 통치 활용하는지 감시 필요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수단으로 검찰을 적극 활용한 결과 검찰권이 강화되고 검찰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모순적 상황이 초래됐다고 참여연대가 평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검찰개혁이 전반적으로 미흡했다는 것이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 표류하는 검찰개혁 다가오는 검찰공화국’ 보고서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적폐수사의 수단으로 또 다른 적폐로 지적된 특수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순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유승익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도 “문재인 정부가 적폐수사 과정에서 검찰청의 주요 보직에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발탁했고, 특검도 전·현직 특수검사들로 채웠다”며 “김기춘, 우병우에서 윤석열, 한동훈 등 새로운 세력이 사정 정국을 주도하면서 인적 교체가 개혁처럼 오해됐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특수통 위주의 검찰 지휘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전략적으로 대응했다”며 “특수수사라는 검찰권의 핵은 필사적으로 보호하면서 그 외 지엽적 이슈들은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뒤집어 말하면, 상황 논리에 따라 춤을 춘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그만큼 전략적이지도, 일관된 원칙을 견지하지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되지도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검찰권은 당초 의도만큼 분산되지 않았고 경찰의 권한은 충분한 견제장치 없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검찰개혁의 모든 어젠다를 덮어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검찰 조직의 개편이나 직접수사권 축소, 형사·공판부 강화 명목의 검찰 인사조차도 여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며 “급기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법관 사찰’ 등의 이유로 징계에 회부하면서 검찰개혁은 정쟁의 뒤편으로 물러나야 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검찰개혁의 파행으로 피해를 입은 건 국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경 간의 긴밀한 수사협조체계를 필수적으로 요구하지만, 이미 검찰과 적대적 관계에 들어섰던 정부는 검찰의 의견을 제대로 투입할 수 없었다”며 “이는 필연적으로 경찰 수사의 지연, 검경 간 핑퐁식 사건 돌리기 등의 행태로 이어져 국민 생활에 큰 부담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범죄 척결에 검찰의 협조가 필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검찰 잡는 공수처로 자리매김되면서 되레 검찰의 비협조와 방해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로 권력이 더욱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검찰개혁은 지금도 진행형”이라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검찰공화국으로의 회귀를 다시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 조직뿐 아니라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수사와 기소를 통치에 활용하는지 감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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