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신 신인상' 이현민, 은퇴 결정 "미련 남지만 괜찮은 것 같다"

최창환 2022. 5. 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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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오래 했다. 미련이 남긴 하지만 괜찮다. 안 괜찮은데 괜찮으려고 하는 건가? 모르겠다. 괜찮은 것 같다(웃음).” 오랜 현역생활을 마무리한 이현민(39, 174cm)이 남긴 소회였다.

최단신 신인왕 이현민이 은퇴를 결정했다. 이현민은 2021-2022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원소속팀 울산 현대모비스로부터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현민은 각 팀과의 자율협상기간 동안 새로운 팀을 못 찾았고, 영입의향서 제출기간에도 공식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팀은 없었다. 결국 이현민은 원소속팀과의 재협상기간인 30일에 은퇴를 결정했다.

경희대 출신 가드 이현민은 2006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창원 LG에 지명되며 프로선수로 데뷔했다. 역대 최단신이자 LG가 배출한 최초의 신인상 수상자며, 이후 인천 전자랜드(현 한국가스공사)-고양 오리온-전주 KCC-현대모비스 등 다양한 팀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서류상으로 잠시 서울 삼성 소속이었을 때도 있었다. 정규리그 통산 702경기 평균 5.1점 3.8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통산 2700어시스트는 KBL 역대 6위에 해당한다.

또한 700경기는 역대 5호 기록이었다. 서장훈, 양동근 등 KBL을 대표하는 전설들도 달성하지 못한 금자탑이었다. 이현민은 “(연봉이)싸서 그렇다(웃음)”라며 자신을 낮췄지만, 노련한 경기운영과 자기관리가 뒷받침됐기에 롱런도 가능했다.

이현민은 은퇴 소감에 대해 묻자 “처음에는 (은퇴를)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제 뭐를 해야 하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지도자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는 것도, 자리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래 했다. 미련이 남긴 하지만 괜찮다. 안 괜찮은데 괜찮으려고 하는 건가? 모르겠다. 괜찮은 것 같다(웃음)”라고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나?
시즌 막바지부터 재계약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반신반의했지만 역시나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입의향서를 충분히 받을만한 기량인데 결국 없었다. 상실감이 컸을 텐데?
이제 나이가 마흔 살이다. 영입의향서를 받는 기간까지 가면 솔직히 힘들 거란 걸 알았다. 와이프와 일찌감치 상의했고, 영입의향서도 못 받으면 은퇴하자고 얘기했다.

공식적인 러브콜 외에 연락이 왔던 팀은 없었나?
오퍼가 있긴 했다. 팀들 입장에서 나는 차선책이다. 첫 번째로 원하는 선수가 안 될 경우에 대비하는 보험용이었다. 연락이 왔던 팀과는 뭔가 안 맞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 같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느낌도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경쟁했고, 1경기 끝나면 여기저기가 아팠다. 그게 조금 스트레스였다. 어떤 선수라도 그런 것이 없겠냐만 나이가 드니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처음에는 (은퇴를)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제 뭐를 해야 하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지도자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는 것도, 자리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래 했다. 미련이 남긴 하지만 괜찮다. 안 괜찮은데 괜찮으려고 하는 건가? 모르겠다. 괜찮은 것 같다(웃음).

역대 5호 700경기 출전은 의미 있는 기록이다.
유재학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재계약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현대모비스를 안 좋게 보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적할 당시부터 생각해보면 고마운 팀이다. 덕분에 커리어를 2년 더 이어갈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왜 나와 (계약을)안 하지?’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FA, 이적을 몇 번이나 해본 선수다. 팀마다 플랜이 있는 것이고, 당연히 내가 그 플랜에서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에 대해선 나쁜 마음보단 고마운 마음이 크다. 특히 유재학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한 번도 우승 못하고 은퇴하는 슈퍼스타들도 많지만, 오리온 시절 한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2015-2016시즌)을 경험했다.
다행히 한 번 해봤다(웃음). 조 잭슨이 있을 때라 내가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1경기를 꼽는다면?
딱 ‘이 경기다’ 싶은 건 없지만 LG 시절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김)현중이 형에게 하프라인 버저비터 맞고 진 경기(2008년 12월 5일 vs 모비스)가 생각난다. 그 경기가 아니었으면 내 인생이 또 달라졌을 것이다. 신인 시절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20점 정도 지고 있다가 역전한 경기도 있었고, 내가 버저비터를 넣어 이긴 경기도 있었다.

LG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상무에서 군 복무 도중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을 때 서운했을 것 같은데?
엄청 섭섭했다. 당시에는 ‘프로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했고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얘기했지만, 진짜 섭섭했다. LG에서 내 커리어를 끝낼 줄 알았다. 팀에 대한 소속감이 컸고, LG를 내 팀이라 생각했었다. 충격이 컸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괜찮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힘들었다.

데뷔 당시 국내선수들이 흔히 시도하지 않았던 플로터가 주무기였다. 대학 때부터 즐겨 구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경희대 시절 동료 가운데 김민수가 있었다. 팀 연습하다가 우연히 됐는데 찾아보니 그런 기술이 있더라. 그때부터 연습을 많이 했고, 실전에서도 쓰게 됐다.

조성민이 1년 먼저 은퇴해서 2006 드래프트 출신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한 선수로 남게 됐다.
(연봉이)싸서 그렇다(웃음).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좋아해줬던 팬들도, 안티도 많았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응원해준 팬들은 많지 않았다. 좋아하는 프로선수 가운데 몇 번째로 꼽아주는 팬들은 많았던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덕분에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고, 진짜 감사드린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더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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