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먹튀' 막게 버스업 진입 한정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박준철 기자 2022. 5. 3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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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년 넘은 국내 자산운용사·1000억 이상 규모 등 조건
대전, 외부 회계감사 등 감시안..인천도 진입 자격 제한 고민

서울시가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시내버스 시장에서 투기성 자본이 단기차익을 실현하는 ‘먹튀’ 방지를 위해 버스업 진출 ‘자격’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기준이 대전과 인천 등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시는 65개 시내버스 업체에 ‘주식 및 영업 양수도 관련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금융자본을 포함한 신규 민간자본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진입 기준을 담은 내용이다. 서울시는 우선 설립 후 2년 이상 운용 경력을 보유한 국내 자산운용사에만 시내버스 진입 ‘자격’을 줬다. 운용 펀드 총액은 1000억원 이상 규모여야 하고, 최소 5년 이상 경력의 운용인력도 3명 이상 있어야 한다. 운용보수 등 수익만으로 인건비 등 관리비용 집행이 가능하다는 재무적 기준선도 마련됐다. 소송 등 위험관리체계도 있어야 한다.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위반 혹은 시정명령 미이행 상태이거나 5년 내 법령 위반으로 관계 감독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경우에는 버스업 진출이 불가능하다.

최근 몇년간 이어진 저금리로 사모펀드 등이 장기간 최소 이윤이 보장되는 준공영제 버스업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판단해 진출에 관심을 보여 왔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 7월 준공영제 시행 후 서울시가 노선 및 요금 조정·관리 권한을 갖는 대신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운송 적자를 보전해 3%대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같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데도 부정한 목적 등으로 버스업체를 인수하는 시도를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서울시는 이번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또 버스업 영업 양도와 인수·합병(M&A), 최대주주 변경, 특정인이 10% 이상 지분 취득하거나 사실상 지배력 행사가 가능한 경우 의무적으로 사전에 이를 신고하고 시와 협의하도록 했다. 인수가 완료된 후에는 자산운용사 및 피인수회사 대표자 명의로 경영건전성 유지확약서도 제출해야 한다.

자격요건과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은 경우 인수일로부터 5년간 경영평가를 받을 때 감점을 받는다. 준공영제는 상위 40개 버스업체에만 성과이윤을 배분하기 때문에 감점이 많으면 사모펀드의 경우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익이 낮아지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공공성 강화 방안은 투기성 강한 자본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중 동아운수와 도원교통, 신길교통, 한국brt자동차 등 4개사에는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의 자본이 투입돼 있다.

대전에서는 13개 시내버스 회사 중 대전승합와 동인여객이 2020년 12월 차파트너스에 인수됐다.

대전시는 사모펀드의 ‘먹튀’를 막기 위해 2021년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먼저 매년 외부 회계감사로 재무구조를 평가하고, 과도한 배당이 이뤄졌다고 판단될 경우 보조금에서 배당금만큼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또 정해진 임원 인건비 한도를 초과하면 경영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 같은 규정을 지키면 사모펀드 등이 버스회사를 인수해도 부당한 수익을 낼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 중인 인천에서도 33개 버스업체 중 6개사가 지난해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공공성 훼손 우려가 커지면서 인천시도 서울시와 같이 버스업 진입 ‘자격’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성하영 인천시 버스정책과장은 “준공영제는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자산운영사가 버스회사를 인수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경각심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윤희일·박준철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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