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4번째 추기경
추기경은 천주교(가톨릭)에서 교황 다음의 고위 성직자다. 품계로 보면 교황-추기경-대주교-주교-몬시뇰-사제-부제순이다. 영어로는 ‘카디널(cardinal)’인데 라틴어 ‘카르도(cardo)’에서 유래했다. ‘카르도’는 문틀과 문짝을 연결하는 돌쩌귀(경첩)를 말한다. 한자 문화권의 ‘樞機卿(추기경)’에서 ‘樞’는 돌쩌귀, ‘機’는 어떤 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계기인 기틀, ‘卿’은 높은 벼슬을 뜻한다. 추기경은 문을 여닫을 수 있게 하는 돌쩌귀같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의미다.
교황이 임명하는 최고위 성직자인 만큼 추기경은 영예로운 자리다. 종신직이며 세계적으로 208명에 불과하다. 추기경단을 통해서나 개별적으로 교황을 자문·보필한다. 특히 80세 미만 추기경은 교황 선출권을 지녀 교황 선출회의(콘클라베)에 참여한다. 추기경 서임식에서는 교황으로부터 선홍색 모자·추기경 반지 등을 수여받는다. 복장은 선홍색으로 교황(흰색), 주교(자주색), 사제(검은색)와 구별된다. 선홍색은 고귀한 품위와 함께 ‘순교의 피’를 상징해 그만큼 무거운 자리이기도 하다.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교황청 성직자성 장관)가 29일(현지시간) 추기경에 임명됐다. 김수환·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에 이어 한국천주교의 4번째 추기경이다. 지난해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다 한국 성직자로선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된 지 11개월 만의 일이다. 유 대주교 자신의 영예이기도 하지만 정 추기경 선종 이후 새 추기경 탄생을 기다려온 한국천주교의 경사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한국천주교회와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다고 할 것이다. 추기경 서임식은 8월27일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21명의 신임 추기경을 임명해 세계 추기경은 229명이며, 이탈리아가 47명으로 가장 많다.
유 대주교가 추기경이란 이름에 걸맞게 교회와 세상,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돌쩌귀같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나아가 새로운 추기경의 탄생을 계기로 한국천주교회, 신자들도 신앙에 기반한 진정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통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기를 기대한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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