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돈 '2달러'로 회사 세운 권도형..테라 관계자 "루나 2.0 새 기술 없다"

정해성 기자 2022. 5.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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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적보도 훅입니다. 투자금 58조 원이 증발된 테라, 루나 사태를 취재하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테라의 법인을 설립할 당시의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는데, 자본금이 싱가포르 달러로 2달러, 우리 돈으로 고작 2천 원도 안 됐습니다. 처음부터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투자금만 모으려 한 게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테라와 루나 코인을 발행한 회사, 테라폼랩스의 싱가포르 본사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찾아갔더니 건물 안내 직원이 막아섭니다.

[건물 안내 직원 : (37층 테라폼랩스 사무실에 가려는데요.)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 중이라 아직 운영 안 합니다.]

그런데 안내 직원이 그동안도 사무실이 운영된 적이 없다고 덧붙입니다.

[건물 안내 직원 : (인테리어 하기 전엔 회사가 운영 안 됐나요?) 운영 안 했습니다. (전혀요?) 네네.]

테라폼랩스 본사가 싱가포르에 세워진 건 지난 2018년 4월.

하지만 서류상 주소지에선 사무실이 운영되지 않았단 주장인 겁니다.

취재진은 싱가포르에 제출된 설립 관련 문서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자본금이 싱가포르 달러로 2달러, 우리돈 2000원이 안 됩니다.

직업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적은 권도형 씨와, 또 다른 공동창업자가 1달러씩 낸 걸로 나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테라폼랩스가 처음부터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힘든 구조의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최화인/암호화폐 전문가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 기술개발을 하는 데 굉장히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테라폼랩스는) 오로지 금융상품만 가지고 (사업을) 했고, 결국 금융상품이 실패하니까 경쟁할 만한 기술력이 남아 있지 않은…]

취재진은 이 회사가 초기 투자를 받기 위해 작성한 문건도 입수했습니다.

테라를 글로벌 전자결제 시스템에서 쓰이게 하겠다며 '알리페이'나 '페이팔' 등 해외 유명 업체를 거론합니다.

하지만 테라폼랩스가 이런 기술을 개발했는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투자금 모집에 성공해, 테라의 형제 코인인 루나가 급등했던 지난해 10월, 권도형 대표는 이런 트윗을 남겼습니다.

[잠깐이지만 나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

[앵커]

한때 세계 시가총액 8위였던 루나 코인, 지금은 99% 넘게 폭락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권도형 대표는 루나 2.0을 또다시 출시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확인해보니, 루나2.0의 상장을 조세회피처에 세워진 거래소들에서 추진하려는 걸로 보입니다. 우리의 수사력이 닿기가 쉽지 않은 곳들입니다.

이어서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권도형 대표는 루나 2.0으로 재기를 노립니다.

이 코인을 상장해달라고 국내 5대 거래소에 요청했단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권 대표는 그런 사실이 없단 입장입니다.

취재진은 지난 23일 거래소들이 받았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입수했습니다.

"테라의 다음 단계를 논의하자"며 '지원'을 거론하는데, 거래소 관계자들은 이걸 상장 요청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합니다.

[A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 : (거래소 어느 쪽 파트에 (메시지를) 보낸 거예요?) 저희 상장 부서일 겁니다. 저희가 (상장 외에) 따로 지원할 게 없죠.]

상장 요청이 명시적이었다고 해도 받아들여지긴 어려웠을 걸로 보입니다.

[B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 : 저희는 그냥 일단 스킵(무시)을 했습니다. 지원하는 자체가 재상장에 대한 그런 시그널(신호)을 줄 수도 있어요.]

국내 거래소의 반응이 이렇게 싸늘한 가운데 권 대표는 해외 거래소 여러 곳이 루나2.0을 지원하고 있다고 홍보 중입니다.

그런데 거론한 거래소들이 대부분 '조세회피처'에 세워진 곳들입니다.

조세회피처에 세워진 거래소들은 국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 수사기관의 수사력도 미치기 어렵습니다.

한편, 권 대표는 루나2.0이 그동안 없던 새 기술이란 점도 강조합니다.

하지만 테라 기술 관리에 관여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JTBC에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테라 기술 관계자 : (그럼 이거(권 대표가 말하는 새로운 체인)는 뭐예요?) 그걸 그냥 다르게 얘기하는 거예요. (어떤 핵심 기술을 가지고 뭘 한다는 건지…) 없어요. (새로운 기술이 없어요?) 네.]

신기술 여부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취재진은 루나 2.0의 기술 변화와 조세회피처 거래소들과 접촉한 이유 등을 묻기 위해 권 대표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받을 순 없었습니다.

(VJ : 최준호·장지훈 / 영상디자인 : 김지혜·이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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