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지연은 양측 다 피해.. 분상제 개편이 실마리" 기대

곽은산 2022. 5. 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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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단 '둔촌주공' 현장 가보니
한달 넘게 멈춘 공사장 적막감만
업계도 "계속될수록 손해" 우려
당국, 합동점검.. 내부 소리 청취
원희룡 "자재 인상분 반영 검토"
6월 분상제 개편이 변곡점 될듯
분양가 높여 '출구전략' 가능성
지난 29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공사 현장 건물 외벽에 ‘유치권 행사중’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공사업단이 조합과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유치권을 행사하며 둔촌주공 공사 중단 사태는 한 달을 훌쩍 넘긴 상황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는 별칭까지 붙은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의 공사 중단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비롯한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이슈까지 맞물려 일선 현장의 공사 중단 사태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찾은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은 시간이 멈춘 듯 적막이 감돌았다. 지하철 둔촌동역을 내리면 보이는 타워크레인 십수 대는 모두 가동을 멈췄다. 골조만 갖춘 건물들은 인부들 없이 텅 빈 내부를 드러냈다. 아파트 외벽, 공사장 가림막 곳곳엔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상황이 안타까운 건 갈등을 이어가는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공사 현장 옆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라며 시공단과의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만 “합의를 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단초가 있으면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빨리 협의해서 공사를 재개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공사 현장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도 “빨리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둔촌주공 재개발이 조합과 시공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상권 등과도 연관돼 있어 갈등이 계속될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돈 문제인데 감정 대 감정 싸움으로 갔으니 공사가 중단된 거다. 서로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 조율해 중간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의 B씨는 이번 사태와 얽혀 있는 분양가 통제와 관련해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어느 단계까지의 제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 예고로 조합이 시간을 끈다는 의혹도 나오는 만큼, 이를 둔촌주공 사태의 해법으로 보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강동구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은 다음달 3일까지 조합의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경우 심의위원회를 열어 시정명령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정부가 ‘점검’을 내세우고 있지만, 위법 행위 단속 등의 목적보다는 조합의 내부 상황과 요구 조건 등을 청취한 뒤 물밑 조율을 시도하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30일 오전 세종시 6-3 생활권 M2블록 주택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 자재 공급망 회의에 앞서 건설관련 4개 협회장, LH공사 사장 등 현장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스1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30일 건설업계와 건설자재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자재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적기 반영하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 장관은 “핵심 국정과제인 ‘250만가구+α’ 주택 공급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자재비 상승분의 공사비 적기 반영, 관급자재의 원활한 공급, 건설자재 생산·유통정보망 구축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합원 이주비와 사업 이자비용 등 가산비를 일부 반영하는 내용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내놓을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이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단 사이의 중재 역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전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의 공사계약 변경을 둘러싸고 새 집행부와 시공단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만큼 분양가를 일부 상향하는 조건으로 인상된 공사계약을 이행하는 출구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사가 지연되면 조합과 건설사 양쪽 모두 피해가 크기 때문에 협상 없이 소송전으로만 가진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 합리화를 비롯한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공급물량 확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은산·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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