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로 수입 돼지고기 20% 가격 하락? "이미 '제로 관세'..실효성 의문"

박소영 2022. 5. 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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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겹살'이라 불릴 만큼 치솟은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수입산 돼지고기 할당관세 0%' 대책에 대해 벌써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캐나다산을 제외한 주요 수입 돼지고기 원산지의 관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돼지고기 원산지 대부분은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이미 관세 0%가 적용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수입 돼지고기 할당관세 정책 대상은 전체 수입물량 비중의 10%도 안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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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겹살' 잡기 위해 할당관세 0% 제시했지만
캐나다 빼고 돼지고기 원산지 지금도 무관세
정부가 삼겹살과 가공용 돼지고기 등 수입물량 총 5만 톤에 대해 연말까지 0%의 관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한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수입산 돼지고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금겹살'이라 불릴 만큼 치솟은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수입산 돼지고기 할당관세 0%' 대책에 대해 벌써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캐나다산을 제외한 주요 수입 돼지고기 원산지의 관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8%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30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생활·밥상물가 안정'은 그중 첫 번째 과제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연말까지 식품원료 7종에 할당관세(0%)를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기준 관세율이 22.5~25%인 돼지고기는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총 5만 톤의 수입물량에 0% 관세를 적용, 최대 18.4~20%까지 원가 인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내년까지 커피·코코아원두는 수입 시 부가세를 면제하고, 장류·젓갈류에 많이 적용되는 개별포장 가공식료품에 대한 부가세 10%도 면제하기로 했다. 밀가루의 경우 가격 상승분의 70%를 정부가 546억 원을 들여 지원하고, 20%는 제분업계가 부담하는 대책도 내놨다.

생활·밥상물가 안정 대책 그래픽=김대훈 기자

하지만 할당관세 정책이 급등한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내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 수입되는 돼지고기 원산지 대부분은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이미 관세 0%가 적용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가별 돼지고기 수입 비중은 지난해 미국이 36.4%로 가장 높고 이어 △스페인(20.1%) △네덜란드(8.9%) △오스트리아(7.2%) △칠레(7%) △캐나다(6.6%) △덴마크(5%) 순이다.

이 가운데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FTA 협정세율 0%인 '제로 관세' 국가다. 작년 7월부터 유럽연합(EU)산 삼겹살과 미국산 냉장삼겹살도 국내 수입관세 0%가 적용됐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미국산과 EU산 돼지고기 일부 부위에 남아있던 마지막 관세마저 사라진 것이다. 2014년 한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는 오는 2027년 돼지고기 관세율이 0%가 된다. 올해 캐나다산 삼겹살의 관세율은 8.6%다. 사실상 정부의 수입 돼지고기 할당관세 정책 대상은 전체 수입물량 비중의 10%도 안 되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할당관세 정책이 기존에 수입 비중이 적었던 국가들에서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캐나다산과 함께 관세가 12~25%인 멕시코산, 브라질산은 관세 혜택으로 일정 부분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선진 중앙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시기인데, 만약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더 확산된다면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이 경우 할당관세 혜택을 보는 국가로부터 수입물량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미 압도적인 원산지 비중이 올해 안에 바뀌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돼지의 임신과 분만 과정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생산부터 공급에 1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 캐나다·브라질·멕시코산의 공급량을 크게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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