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박찬욱, 칸 트로피 안고 금의환향.."성원 감사"(종합) [N현장]
제75회 칸영화제 송강호 남우주연상, 박찬욱 감독상
(인천공항=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브로커'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30일 오후 2시33분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이주영이 입국장에 들어섰다.
송강호는 지난 29일 오전(현지시간 28일 오후)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브로커'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송강호는 이번 '브로커'를 포함, 그간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등을 통해 칸을 찾았다. 그 중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작품은 '밀양'과 '박쥐' '기생충' '브로커'까지 총 4편이다.
이날 입국장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송강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이어 가죽 재킷을 입은 강동원, 멜빵 바지에 모자를 쓴 아이유, 셔츠에 바지를 입은 편안한 차림의 이주영 및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송강호는 "(칸 영화제) 수상 무대에서는 소감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어서 많은 말씀 못드렸는데, 이 자리에서 다시 말씀드리면 이런 성과나 이런 결과가 과연 우리 한국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사람들의 성원이 없었다며 이런 게 가능했을까 생각한다"라며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한국 영화에 성원 보내주시는 영화 팬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들과 시민들은 송강호의 수상 소감에 박수갈채를 보내 훈훈함을 자아냈다.
송강호는 박 감독과의 작품 계획에 대해선 "박찬욱 감독님과는 20년지기이고 오랫동안 같이 작업 해온 영화적 동지이고, 친형님과도 다름 없는 사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평소에도 작품 얘기를 많이 하지만, 딱 정해 놓고 앞으로 언제 다시 작품을 하자는 그런 약속보다는 심리적으로 서로 응원해준다"라며 "언젠간 또 모르지 않나, 언젠간 같이 작품을 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축하드리고, 박 감독님께도 그런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아이유는 칸을 방문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재밌고 조금 피곤했지만 잊지 못할, 너무 재밌는 시간이다"라며 "공항에서 많은 분들이 환대해 주셔서 기분 좋은 마무리가 될 것 같다, 덕분에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왔다"며 웃었다. 이주영 역시 "저도 정말 귀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강동원도 이 자리에서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다들 감사드린다"라며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30일 오후 6시10분께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통해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박해일이 입국장에 들어선 가운데, 시민들이 몰려 이들의 수상을 축하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두 번째로, 지난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거머쥔 임권택 감독 이후 20년 만이다. 앞서 박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각각 받았다. 또한 2016년에는 '아가씨'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박 감독은 이 자리에서 "사실 제가 원했던 상은 남녀연기상이었는데 엉뚱한 상을 받게 됐다"라며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 좋은 게, 저 감독하고 일을 하면 좋은 상을 받게 해주는구나, 그런 인식이 생기면 다음 작품 캐스팅할 때 도움이 되어서 그걸 바랐는데 아쉽다"라며 유쾌한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은 칸에서 세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이에 대해 "세 번째라는 게 특별한 감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걱정이 되는 건 너무 아트하우스용 영화, 소위 예술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제가 만드는 영화는 언제나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 영화가 재밌어서 칸 영화제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라며 "그러니 대중과 거리가 먼 영화로 인상될까 봐 우려가 되는데, 그런 선입견은 버려주시면 고맙겠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박 감독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와 향후 작품 계획에 대한 질문에 "송강호씨는 이미 외국인 감독님과 작업을 했고 이렇게 또 큰 상까지 받았으니까 이제 국제 스타가 되어버려서 저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겠다"리며 "하지만 당연히 저로서는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은 첫 번째 배우다"라며 미소지었다.
이날 박해일은 "칸 영화제는 박찬욱 감독님 덕분에 처음 갔다왔는데, 많은 걸 보고 즐기고 영화도 즐기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박 감독을 향해 "감독상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충분히 받으실만한 상이었고, 다음에도 또 좋은 기회 있길 바란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헤어질 결심'의 다른 주연배우인 탕웨이의 경우 지난 25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공식 일정을 마치고 며칠 빨리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이주영 배두나 등이 출연한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도 돈을 받고 아이를 입양시키려는 상현 역을 연기했다. '브로커'는 지난 26일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으며, 국내에는 오는 6월8일 개봉한다.
박 감독이 연출한 6년만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3일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국내에는 오는 6월29일 개봉한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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