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특활비 제공' 남재준·이병기 가석방

국정원장 재임 때 각 6억·8억 건네
이병호는 형기 절반 넘게 남아 제외

남재준(오른쪽)·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복역한 남재준·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가석방됐다.

남 전 원장과 이 전 원장은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구치소 앞에서 대기 중이던 지지자 60여명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은 가석방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남 전 원장은 손사래를 치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이 전 원장은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육군참모총장 등을 지낸 남 전 원장은 지지자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남 전 원장은 31대 국정원장 재임 시절(2013년 3월∼2014년 5월) 청와대에 국정원 특활비 6억원을 지원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7월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그는 이와 별도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2019년 3월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 전 원장은 32대 국정원장 시절(2014년 7월∼2015년 3월) 청와대에 국정원 특활비 8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7월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두 사람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실형이 확정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형기가 절반 이상 남아 이번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3대 국정원장 시절(2015년 3월∼2017년 5월) 국정원 특활비 21억원을 청와대에 건넨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형법은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하는 짓이나 태도)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부터 형기 절반을 채운 수감자도 가석방 예비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열려 총 650명 정도가 가석방 대상자로 결정됐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