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단' 갖춘 뒤..특별감찰관 부활 지시, 두 달 만에 없던 일로?

배지현 2022. 5. 3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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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윤 대통령, '특별감찰관 백지화'로 방향 가닥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 등 검찰 친위체제 구축
"친인척 측근비리는 검·경이 수사" 입장 바꿔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가족·측근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별감찰관제 부활’이라는 국민의힘의 오랜 요구와 당선자 시절의 구상을 뒤집는 것이다. ‘기존 수사기관이 특별감찰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명분이지만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윤석열 사단’을 검찰 주요 보직에 배치해 친정체제를 구축한 뒤 껄끄러운 측근 감찰 기구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0일 <한겨레>에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 직접 다른 사람을 조사하고 파헤치고 다니는 게 필요 없다, (특별감찰관이) 과거에 제대로 한 게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측근 감시를) 잘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사정 컨트롤타워를 폐지하면서 전반적으로 여건이 이전 정권과 크게 달라졌다. (특별감찰관을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정 정보를 다루는 민정수석실을 대통령실에서 없앤 만큼 검찰 등이 대통령 측근의 첩보를 받아 수사하면 되므로 특별감찰관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특별감찰관) 폐지는 아니다”,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지만, 특별감찰관 임명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하는 대통령 소속 독립기관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법률 제정을 통해 도입됐다.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였던 미르재단 불법모금을 포착한 것도 특별감찰관실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업무가 중첩된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문 대통령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부터 특별감찰관제 부활을 예고했다. 지난 3월14일 김은혜 당시 당선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수위에서 (특별감찰관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당선인에게 보고드릴 사안”이라며 “당선인은 늘 일관되게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도 법무부가 갖고 있는 특별감찰관실 예산권을 특별감찰관에게 넘겨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허위경력 문제, 장모 최아무개씨의 사기 사건 등 각종 사법 리스크로 곤혹을 치렀다. 역대 대통령 중 누구보다 임기 초반부터 가족·측근 비리 감시가 중요한 상황이었고 윤 대통령 자신도 “예외 없는 법 적용”을 강조한 만큼 특별감찰관 부활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인수위 단계에서 특별감찰관제 폐지가 전혀 검토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이 당연히 임명할 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비리만을 자체적으로 뭉개지 않도록 감시하는 제도로, 법률이 규정한 대로 임명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특별감찰관을 없애면 대통령 측근을) 누가 제대로 감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도 “민정수석실이 폐지된다고 특별감찰관까지 없어도 된다는 게 앞뒤가 맞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윤석열 사단’으로 재구축된 검찰에 수사를 맡긴다는 명분으로 측근·가족 감찰을 사실상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경이 선택적으로 정치적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용히 움직이는 특별감찰관의 감찰과 수사기관의 수사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도 “윤 대통령 라인으로 꾸려진 검찰에서 누가 반기를 들고 김 여사 등을 조사하겠나. 여론이 난리치지 않는 이상 수사를 안 할 것”이라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건) 대통령에게 껄끄러운 존재를 없애고 감시기능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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