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게이츠의 '악수', 과연 건방진 것인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엘리자베스 A. 툴레자 지음 / 송진순·김대경 편역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지난 2013년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박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게이츠의 평소 악수 습관이었지만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건방지다" "무례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게이츠는 2008년 청와대 방문에서도 같은 자세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악수한 바 있다. 악수하는 방식은 나라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어둔 채 악수하는 게이츠의 행동은 유교적 전통을 따르는 한국인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상대방과 친선 관계를 형성하고 선의를 보여 주고자 할 때에는 적절한 예의범절의 일부를 아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지위, 성별, 심지어 종교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1997년 나이키 농구화의 불꽃 모양 디자인이 아랍 문자인 알라(Allah)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슬람 단체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치자 나이키가 3만8000켤레의 신발을 회수한 사건은 유명하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나라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기업 활동 범위도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날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들에겐 다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제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도 참혹한 실패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시의적절한 이론적 논의를 제시한다.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사례를 제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월마트,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비즈니스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고민하거나 문화적 역량을 기르려는 비즈니스 실무자 및 경영자, 경영·무역 관련 전공 학생들에게 책은 매우 유익한 교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