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이코노미] 역대정권, 철밥통 관료·집단이기주의에 막혀.. "용산처럼 밀어붙여야"

박정일 2022. 5. 3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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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관료주의 극복 관건
강성노조 반발도 넘어야할 산
"국민편익·경제효율성 제고 등
앞세워 밀고나가야 성공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10대 그룹의 5년 간 1000조원 투자 발표에 화답해 '모래주머니'론으로 과감한 규제철폐를 천명했다. 그러나 혁명보다 어렵다는 규제개혁을, 역대 정부에서 누구도 못한 것을 윤 정부가 해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기존 정치문법에 ?매이지 않는 검찰 출신의 윤 대통령이야말로 낡은 관행을 타파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규제개혁 전도사'로 알려져 있으며, 전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국민들의 분노가 지금도 가라앉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뿌리 깊은 관료주의와 부처 간 보신주의, 그리고 강성노조의 압박 등을 규제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중요한 산으로 꼽고 있다. 역대 정부가 개혁을 주창할 때 총론에서는 모두가 찬성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해관계자들이 반대했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 청사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규제를 '모래주머니'에 비유했다.

윤 대통령은 "모래주머니를 달고서 글로벌 시장에 가서 경쟁하고 뛰기 어렵다"고 말했다.

평소 '시카고 학파' 신봉자로 알려진 윤 대통령은 경제운용 철학에서 정부가 나서서 직접 도와주기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로 대표하는 시카고 학파의 사상은 평등을 자유보다 앞세우면 결국 둘 다 없다는 자유시장경제 논리가 담겨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작년 7월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도 "스타트업 사람들이 마음껏 뛸 수 있게 좋은 신발을 신겨드리고 불필요한 모래주머니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과거 정권에서 여권 사진을 없애고, 구청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즉석에서 찍어주는 사진으로 대체하려다가 사진관 업계의 반대로 철회한 게 작지만 상징적인 사례다.

이같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무릅쓰고 윤석열 대통령이 규제 혁파 성과를 내려면 국민편익 도모와 경제효율성 제고라는 잣대만 갖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기득권 집단에서 인기를 잃어도 과감히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관료집단의 '포획'에서서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따지고 들어가면 '핑계 없는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위생 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규제로 인해 이익을 챙기는 집단, 특히 관료사회의 '철밥통 그릇' 의식을 깨야 한다"며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왠만한 로펌마다 전관예우를 받는 고용노동부 고위관료를 영입하느라고 애쓰는 세태를 보면 '규제=공무원 끗발'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나 감사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경우 퇴직한 일부 선배 공무원들이 후배들에게 "일 좀 해서 우리 일꺼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는 말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령으로 만들어진 규제도 문제지만, 이처럼 사정·규제부처들이 들쑤실 때마다 전관예우 공무원을 찾거나 로펌 등에 거액을 들여 일을 맡기느라고,본연의 경영활동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평생을 검찰에 몸담아 온 윤 대통령이 기존 공무원들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윤 정부의 첫 책임총리인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규제개혁 전도사인 만큼 소위 '좌고우면'하지 않고 규제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한 총리 역시 과거 한국무역협회 회장 임기 동안 규제개혁 전담 직원을 40여명이나 전진 배치하고 정부부처에 규제개혁을 수많은 규제개혁을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에서 이뤄지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행정부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기득권보다 큰 틀에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 관료들은 규제를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들이 정책 방향에 대해 얼마나 잘 따라주는 지가 관권"이라며 "대통령이 강력하게 의지를 표현하고 규제 철폐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하면 각 정부부처도 이에 따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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