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내주고 끝내야"..전쟁 피로감에 '우크라 출구전략' 동상이몽

박진영 기자 2022. 5. 3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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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동부 돈바스 내줘야", 푸틴의 무조건적 항복은 이상론이라는 입장..프랑스·독일도 폭넓은 휴전 협상에 초점.. 英·에스토니아 등 "항복 안돼, 우크라 지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AFPBBNews=뉴스1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등 일부 영토를 내주더라도 전쟁을 멈추는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 따른 각종 제재로 국제사회의 피로도도 만만치 않은데다, 우크라이나 내의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힘이 실린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경우 영토 침해를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용납할 수 없으며 향후 또 다른 전쟁의 구실을 마련해 줄 뿐이라고 강력히 반발한다. 영국을 비롯 다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국들도 이같은 입장을 지지한다.
"푸틴의 무조건적 항복은 현실적 방안 아냐"
지난 28일(현지시간) 이안 부루마 바드대학 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푸틴의 무조건적인 항복만이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완전한 패배를 주장하는 것은 좋은 협상 포지션이 될 수는 있지만 현실적 방안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크름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령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언급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국제 정치계 거장이다.

그는 "극복할 수 없는 격변과 긴장감이 조성되기 전에 앞으로 두 달 안에 협상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실주의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 수복까지 노리게 되면 러시아를 상대로 한 새로운 차원의 전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럼을 쓴 이안 교수는 아무리 러시아군대가 서툴게 보이더라도 항복하기에는 여전히 멀었고, 우크라군도 우세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어느 쪽도 무조건 항복을 할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마크롱·숄츠 등 푸틴과 통화...'즉각적 휴전'에 방점
(베를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 (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관저에서 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금융지원과 군사 지원 방침을 밝히고 있다. (C) AFP=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 해제 방안을 논의하는 등 '즉각적인 휴전'에 무게를 두고 협상을 제안하고 있다. 푸틴은 프랑스와 독일 양국에 역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 측은 이러한 '조속한 협상 압력'에 강력한 반감을 드러낸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으로 영토를 되돌린다는 전제 하에서만 휴전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신저의 '현실적 제안'에 대해서도 "키신저의 달력은 2022년이 아닌 1938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를 달래려는 시도와 같다"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롯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각각 접경하고 있는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등은 영토 수복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특히 1991년 냉전 종식 및 소련 붕괴를 계기로 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의 칼라스 총리는 EU(유럽연합) 회원국 일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러시아와 휴전을 위한 조속한 협상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정면 비판했다. 휴전을 위한 양보는 러시아의 또 다른 공격을 부를 것이라는 풀이다.
[탈린=AP/뉴시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1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의 한 공군기지를 방문해 카야 칼라스(가운데) 에스토니아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02.
국제사회 커져가는 경제난 '전전긍긍'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점령한 뒤 나아가 돈바스 지역을 친러시아 독립자치 구역으로 선언하고, 지난 2월에는 직접적으로 영토를 침공한 상황인만큼 영토할양을 용인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지난 13~18일 우크라이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82%가 '영토 포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이같은 갈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제사회의 식량 위기 등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전쟁 초기에는 서방이 대러 응징과 우크라이나 지지를 두고 단결해왔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분열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지도 불가리아 싱크탱크 자유전략센터(CLS)를 인용, 빨리 전투를 중단하고 협상을 시작하라는 '평화팀'과 러시아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정의팀'으로 서방이 나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영토 수복 및 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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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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