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선거, 나라 주인으로서 권리이자 의무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 스스로가 주권자임을 알고 있다. 헌법 제1조 제2항이 이를 명시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언론에서도 국민이 주권자라고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자각'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자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민이 주권자임을 아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의 의미를, 즉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주권자라는 것,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달리 표현하자면, 국민은 국가라는 초거대기업의 오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의 오너라는 점에서 이는 주식회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동일한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대주주가 존재할 수 없는 형태의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동일한 것도 아니다. 주권(=오너십)은 오로지 국민에게만 있고, 모든 국민은 동등한 주권자라는 점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오너 경영은 가능하지 않다. 국민 모두가 경영자가 되어 대한민국을 직접 경영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 요구되는 전문성 측면에서도 그렇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영을 위해 대의제라는 형태로 전문경영인들을 뽑아서 이들이 국가사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경기지사 등의 공직자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초거대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뽑힌 전문경영인들인 셈이다.
전문경영인의 선출을 위한 첫째 기준이 능력이라는 점은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21세기의 무한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해야 하며, 이들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능력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은 도덕성이다. 비록 능력은 뛰어나지만 오너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뒷돈 챙길 생각에 엉뚱한 짓을 하는 전문경영인이라면 백해무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경영인은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엘리트 중에서 그런 인재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이 선출한 전문경영인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들이 많았던 것은 왜일까?
능력은 충분하지만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도덕성에는 결함이 없지만 능력이 부족한 경우, 혹은 능력과 도덕성보다는 코드에 맞는 인물을 선출한 경우 등 다양한 원인이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들이 전문경영인의 선출에서 오너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에 있다.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선출하면서 그가 잘 생겼는지, 옷맵시가 좋은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한가? 전문경영인의 출신 지역이나 종교, 학교 등을 따져야 하는가? 물론 그런 것들이 능력과 결부될 경우도 간혹 있겠지만, 능력과 무관하게 이런 것을 따지는 오너들이 있다면 이는 오너로서의 자각이 부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문경영인들의 임기 동안의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통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적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내려져야 하며, 주관적인 호불호에 의해 평가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전문경영인에 대한 팬덤이 있고 그로 인하여 오너의 전문경영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은 오너로서 실격이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오너가 제 역할을 못하는 기업은 망한다. 그러면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오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민주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이러한 축복을 받고 태어난 국민들은 후대에 이를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주국가의 주권자로서, 즉 오너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하며 의무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오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권자인 국민도 권리 위에 누워 잠자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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