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칼럼] 여야 합의 지켜야 정치가 바로 선다

성한용 2022. 5. 30. 18: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한용 칼럼]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국회 사개특위에 참여해 6개월 안에 중대범죄수사청을 발족시키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게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다. 그래야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다.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에 대해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한 지난 4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병석 의장과 함께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던 모습. 공동취재사진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라는 라틴어 법 격언이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는 이 명제 위에 서 있다.

명제가 무너지면 공동체가 무너진다. 개인과 개인의 약속, 개인과 국가의 약속,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다 지켜져야만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국회의원은 있어도 국회는 없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 임기가 5월29일 모두 끝났다. 후반기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후반기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5월24일에, 상임위원장은 5월29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이미 선출했어야 한다. 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 날짜를 지키지 못한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23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법사위원장을 전반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법사위 권한을 줄이기로 했다. 국회법 86조(체계·자구의 심사)에서 체계·자구 심사 중인 법률안에 대한 소관 위원회의 본회의 부의 요구 가능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고, “법사위는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해서는 아니 된다”는 5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14일 국회는 여야 합의대로 국회법을 개정했다. 따라서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 것이 당연히 옳다.

여야가 그렇게 합의했으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 어떤 명분으로도 여야 합의를 뒤집어엎을 수는 없다. 여야의 정치적 합의는 법률보다도, 심지어 헌법보다도 상위의 가치다. 헌법을 바꿀 때도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엄중한 여야 합의에 사달이 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여야 합의를 먼저 걷어찬 것은 윤석열 당선자였다. 4월22일 박병석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검찰개혁 합의를 뒤집어엎었다. 양당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국회의장까지 서명해서 발표한 합의문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회의장 서명까지 한 여야 합의를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가 뒤집어엎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직접 나서지도 않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장제원 비서실장 등 아랫사람들을 시켰다.

여야 합의 파기는 정치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윤석열 당선자가 검찰개혁 합의를 깨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갖겠다고 주장할 명분이 생겼다.

문제는 6·1 지방선거가 끝난 뒤 벌어질 상황이다. 여야 간 타협의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 공백이 장기화하면 국정이 멈춘다. 나라가 멈춘다.

법률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졌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으로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교섭단체 합의에 따른 원 구성이 정치적 관행이다. 최소한의 정치적 관행은 지켜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법사위원장을 어느 정당이 맡아야 할까?

약속을 지키면 된다. 여야의 애초 합의를 모두 지키면 된다. 법사위원장은 지난해 7월23일 여야 합의대로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4월22일 박병석 국회의장, 권성동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대표가 서명해서 발표한 합의를 지켜야 한다. 4월22일 합의문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에프비아이) 등 사법체계 전반에 대해 밀도 있게 논의한다. 중수청은 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입법 조치 후 1년 이내에 발족시킨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

이보다 더 합리적인 검찰개혁 방안이 가능할까? 4월22일 여야 합의가 깨진 것은 일부 특수부 출신 검사들과 변호사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 때문이었다.

되돌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국회 사개특위에 참여해 6개월 안에 중대범죄수사청을 발족시키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게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다. 그래야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다.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다른 길은 없다.

shy99@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