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의회 설득 위해 야당 지도부 격의 없이 만나 정책 설명해야"[청론직설]

오현환 논설위원 입력 2022. 5. 30. 18:06 수정 2022. 5.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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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장
野, 책임 있는 제1당 모습 안 보이면 2년 후 총선서 심판
與, 지방선거 결과 좋더라도 오만하면 쓰나미 맞을 수도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 위해 대통령 공천 개입 자제해야
팬덤 정치, 일반 대중과 괴리돼 결국 소멸의 길로 갈 것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장인 이현우 교수가 3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오만해지면 쓰나미처럼 찾아오는 숱한 문제들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밀려오는 가운데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압도적 과반 의석으로 이른바 ‘의회 권력’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의 장벽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직전에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까지 밀어붙였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장인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0일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격의 없이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나야 한다”며 “상대가 양보하거나 합의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책임 있는 제1당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2년 후 총선에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질서가 냉전→탈냉전·세계화→신냉전으로 변하는 대전환기에 있다.

△중국이 미국의 거대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미국은 중국이 완전한 경쟁자가 되기 전에 절대적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내적 역량을 키우면서 국제사회의 주요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역할을 했다. 이제는 경제 규모, 문화 수준 등의 위상을 감안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행정 권력과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 권력이 맞서는 형국인데.

△한 정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지배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얼핏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집권당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의회 갈등이 심한 경우가 많다. 야당이 의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면 장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으므로 국회 공전이나 파행이 많았다. 문제는 협치와 통합을 어떻게 하느냐다. 민주당은 집권 초기의 ‘적폐 청산’처럼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문제들에 대한 척결, 흔적 지우기에 나설까 우려한다. 정부 여당은 민생 관련 정책부터 처리하면서 공감대를 넓히고 여야가 협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야당은 어떻게 협치에 응해야 하는가.

△민주당은 6·1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내부 리더십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두 갈래 진로가 예상된다. 먼저 당내 결속을 위해 대여 투쟁을 강화할 가능성이다. 그렇게 되면 국회는 파행을 겪고 대통령도 어려워지며 결국 국민의 비난을 초래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86세대가 중심이 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물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경우다. 합리적 지도부가 등장해 책임 있는 제1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당의 부적절한 행위를 강하게 비판해야 하지만 협조해줄 사안에서는 협력하는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도가 떨어져 2년 후 총선에서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대통령도 야당에 대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회 설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자율성이 매우 높은 미국의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대해도 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당의 기율이 강하고 의원들의 자율성은 낮다. 본질적으로 의원의 활동이 공천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결국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와의 관계를 원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당 대표·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들까지도 만나 격의 없이 대화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받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도록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야당과 만나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이 최선의 노력을 하고 국민이 정책 방향에 대해 공감한다면 야당은 상당한 정치적 압력을 받게 된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어떤 의미가 있나.

△대선이 치러진 후에 일반적으로 3~6개월 정도의 밀월 기간이 있다. 대통령이 잘하기를 기대하면서 국민이 후하게 평가하는 시기다. 이번 선거도 이런 분위기 속에 치러지므로 대통령과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민의 지지가 월등히 높아졌다고 착각하고 오만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부동산 정책 실패에 이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이 겹치면서 숱한 문제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 국민은 생각보다 참을성이 많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경제정책 기조로 제시했는데.

△정치가 시장에 관여하면 많은 경우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국제시장에 깊이 편입돼 있으므로 기업이 뛸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계약이나 거래에서 공정성이 보장되고 기업 활동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가가 조정하고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정치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이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개헌과 선거·정당 제도 개편 등이 언급됐다. 하지만 지금은 개헌 문제를 꺼내 논쟁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이런 문제는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한걸음 떨어져 있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과 총선·대선 동시 선거 등을 위한 전면 개헌론도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오래됐으므로 헌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헌법은 200년이 넘었지만 부분 수정만 했다. 헌법은 성경과 같다. 헌법에 담긴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분 보완할 문제이지 전면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 논의는 빨리 시작해야 한다. 2024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져 공정한 개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정당 체제도 변화하게 돼 있다.

-선거법에서 고쳐야 할 문제점들을 꼽는다면.

△우선 비례대표제 의석을 늘리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악용하는 ‘위성 정당’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비례대표제는 선거 경쟁력을 갖춘 정치적 인물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인물들을 충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서울시선관위원장은 서울지방법원장이 겸한다. 선관위원장이 선거법 위반자를 고발하고 재판까지 하는 셈이니 고발자가 재판하는 논리적 모순이 생긴다. 중앙선관위원 80%가량이 법조인이므로 선관위원 편중 구성도 개선해야 한다. 셋째, 대선에 과반수득표제·결선투표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민의 선호도를 더 잘 반영하고 대통령 당선의 정통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제왕적 대통령제다. 행정부를 지배하는 대통령이 여당에 영향력을 미쳐왔다. 이를 위해 공천권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당이 국민의 뜻을 대통령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나 여당에 명령하는 식으로 흐르면 안 된다.

-대통령이 여당에 영향력을 미치는 게 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국회의 역할은 첫째, 법을 만들고 둘째,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대통령에게 종속되면 야당은 여당이 아니라 대통령과 맞서려고 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국회는 공전한다. 누구든지 대통령을 등에 업으면 도움이 되기 때문에 끌어들이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는 순간 종속되는 부분이 생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개선하려면 제도 개선이 아니라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자제해야 한다.

-21대 하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독식하려 하고 있는데.

△우선 국회의장의 중립성 강화를 위해 임기 완료 후 당적을 자동으로 회복하도록 규정한 것을 원하면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 현 상태로는 의장도 후반기 국회 활동을 위해 정당이 필요하니 당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약속을 어기고 갖겠다는 것은 자신감이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너무 초조해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선거 과정에 제시했던 포퓰리즘 공약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의원내각제에서는 정당이 과반 의석을 못 얻어도 연합 정부를 만들 수 있으므로 자기들의 정체성 범주 내에서 득표 활동을 극대화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대통령제에서는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득표를 위해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국민은 공약 디스카운트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대통령이 된 후 이전에 알았던 부분과 다른 점을 확인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먼저 얘기하고 사과하면 용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요즘 과도한 ‘팬덤 정치’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데.

△매스미디어가 많이 생기면서 인물 중심의 정치가 많아졌다. 진영 논리에 의한 정치, 무비판적이고 반지성적인 지지가 문제다. 소수의 강성 핵심 지지자들이 과대 대표돼 있다. 나와 다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옳고 그름이나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지는 순간 문제가 된다. 소수의 적극적 의사 표현과 집단화, 일반 대중과의 괴리가 커질수록 국민은 그들을 혐오하고 피한다. 결국 극단적인 사람들만 남게 되고 소멸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 요인도 잘못된 팬덤 정치의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나 일반 정치인들도 이런 점을 경계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여론을 읽는 데 균형을 잃으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He is···

1961년 경기 파주에서 태어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선거와 정당정치를 전공해 2006년부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한국선거학회 회장,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도 지냈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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