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만나러..인텔CEO, 다보스서 날아왔다

이승훈 2022. 5. 30. 1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겔싱어, 다보스서 서울로 이동
삼성전자 수뇌부와 집단 회동
미래 기술표준 놓고 긴밀 협력
파운드리 분야선 묘한 신경전
경쟁자 넘어 '동맹관계' 모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선두주자인 두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이번 면담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 반도체 동맹'이 닻을 올린 직후의 만남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30일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가 이날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회동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경계현 DS부문장,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노태문 MX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이 일제히 배석했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양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PC와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릴레이 회의를 열었다.

겔싱어 CEO는 최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에도 아시아를 찾아 대만·일본·인도의 주요 고객사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2위를 다투는 라이벌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에서 732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725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종가'로 불리는 인텔을 앞선 것은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이 처음이다. 이후 다시 2위로 밀렸다가 3년 만에 1위에 등극한 것이다.

PC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 인텔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특히 DDR5(PC와 서버용)와 LPDDR6(모바일 기기)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을 하는 데 있어서는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와의 호환성이 중요하다. CPU 시장에서는 인텔의 표준이 전 세계 컴퓨터의 표준이 되었을 정도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양사는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을 위해 오랜 기간 메모리와 CPU 간 호환성을 테스트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은 인텔과의 협업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주도권을 갖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삼성은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데이터센터에서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인터페이스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ompute Express Link·CXL)' D램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최근 인텔의 데이터센터와 서버 플랫폼 등에서 검증을 마쳤다. 인텔 표준 총괄인 데벤드라 다스 샤르마 펠로는 "CXL을 중심으로 강력한 메모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트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 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노트북 PC인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에는 최신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 등이 탑재됐다. 또 인텔의 고성능·고효율 모바일 PC 인증 제도인 '인텔 Evo 플랫폼' 인증도 획득했다.

이런 가운데 인텔이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이 분야의 강자인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 등과는 다소 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지난해 3월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이에 앞서 2019년에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 2030년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주 체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매출 기준 점유율은 52.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전 분기보다 1.1%포인트 늘었지만 여전히 18.3%로 큰 격차가 나는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 시장에 인텔이 강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 200억달러(약 25조원)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 착공해 2025년 양산이 목표다. 또 겔싱어 CEO는 미국 정부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회사에 지급할 예정인 보조금을 인텔 같은 '미국 기업'에만 줘야 한다고 주장해 삼성 등의 불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면담은 지금까지 지속돼 온 양사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을 차세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양사 간 협력이 중요한 가운데 반도체뿐 아니라 세트 제품에서의 상호 협력을 통해 '윈윈'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