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규제 철폐 직접 나서겠다"..곳곳서 충돌 예상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며 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모래 주머니”, “신발 속 돌멩이” 등 비유를 들어 대규모 규제 완화를 공언해 왔다. 윤 대통령과 기업들이 대표적 규제로 꼽아 온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동시간 제한 등 각종 제도의 손질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곳곳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든 부처가 규제 개혁 부처라는 인식 하에 기업 활동, 경제 활동에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된다”며 “대통령실도 부처와 잘 협조하고, 또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주요 기업들이 향후 5년의 투자·신규채용 규모를 발표한 점을 들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아주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서 화답할 때”라고 했다.
규제 완화를 위해선 시행령 손질 등에 신속하게 착수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법령과 관계 없는 행정지도 같은 것들을 통한 그림자 규제를 확실하게 개선하고, 법령 개정이 필요한 것 중에 대통령령과 부령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신속하게 우리가 처리해야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인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은 국회와 협조해서 규제 철폐를 해 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들에는 경제 성장은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경제관이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정치참여 선언 직후부터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방해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2021년 7월8일, 스타트업 창업자 간담회)며 기업 자유와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당선된 후에도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기업과 경제활동의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데에 있다”(3월21일, 경제6단체장 오찬)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간 중심의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성장이라는 경제 철학에서 이제 규제 개혁에 신발끈을 조여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규모 규제 완화가 현실화하면서 대선 과정부터 윤 대통령에게 따라붙은 ‘친기업·반노동’ 논란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 의욕을 잃지 않도록 관련 시행령을 다듬겠다”(1월14일 경남 창원 봉암공단회관 기업협의회 간담회)고 했다. 110대 국정과제에도 “산업현장에 맞게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마련돼 지난 1월 시행됐다. 시행령으로 시행 1년이 안된 법의 주요 내용이 손질될 경우 입법부를 넘은 ‘시행령 국정’을 두고 야당의 반발이 심화할 수 있다. 주52시간 노동 규제도 윤 대통령이 유연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온 만큼 함께 ‘규제 철폐’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근로시간 제도의 노사 선택권 확대 및 직무, 성과 중심의 세대상생형 임금체계 확산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행정 규제나 그림자 규제처럼 법령에 의한 게 아니고 행정 관행 등 규제를 말씀하신 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대통령 주재의 (규제철폐 관련) 회의를 한다는 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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