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맏언니 지은희, 韓 LPGA 최고령 우승

임정우 2022. 5.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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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 매치플레이서 통산 6승
2000년생 신인 日 후루에 제압
시즌 앞두고 코로나 걸렸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경기력 회복
비시즌 스키훈련도 우승 원동력
지은희가 3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최종일 결승전 9번홀에서 샷이글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36세의 베테랑은 5일간 7라운드를 도는 강행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대1 매치 최강자를 가리는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정상에 오른 지은희의 이야기다. 동생 지윤희 씨와 아버지 지영기 씨에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승해 US여자오픈 출전권을 따내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LPGA 투어에서 한국인 최고령 우승 기록(36세17일)까지 세우며 약속을 지켰다.

지은희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결승전에서 후루에 아야카(일본)를 3홀 차로 제압했다.

2019년 1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이후 약 3년4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6승째를 올린 그는 우승 상금으로 22만5000달러를 받았다. 다음주 열리는 US여자오픈 출전권도 따내 기쁨은 배가됐다.

1986년생인 지은희는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다. 그러나 골프에 대한 열정 하나는 20대 초반 선수들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여자 선수들이 모이는 LPGA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력 운동, 식단 관리 등을 철저하게 했다. 노력의 결과는 달콤했다. 지은희는 올 시즌 출전한 7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30대 중반에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줬다.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16강에 오른 지은희는 결승까지 순항했다. 최혜진과 마델레네 삭스트룀(스웨덴), 앤드리아 리(미국)를 차례로 제압하며 결승행 출전권을 따냈다. 결승에서도 지은희는 흔들림이 없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둔 2000년생 후루에를 상대로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3번홀에서 승리하며 리드를 잡은 지은희는 4번홀과 7번홀 패배로 역전당했다.

그러나 8번홀부터 집중력을 발휘했다. 8번홀에서 타이를 만든 그는 9번홀에서 샷이글을 잡아내며 다시 앞서갔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지은희는 10번홀과 12번홀, 16번홀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지은희는 우승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기간에 가장 잘된 게 퍼트다. 그린 위에서 퍼트가 잘 들어간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9번홀에서 나온 샷이글도 우승하는 데 큰 힘이 됐다. 5일간 7라운드를 도는 게 쉽지 않았는데 우승컵을 받고 나니까 피곤함이 싹 사라졌다.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하게 돼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딸의 우승을 지켜본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지은희의 아버지이자 가평군체육회 회장인 지영기 씨는 "오랜 시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프로 생활을 하는 딸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경쟁이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라며 "피나는 노력으로 한국 여자골프의 새 역사를 쓴 딸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걸려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은희답게 씩씩하게 잘 이겨냈다"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했는데 진짜 정상에 올랐다. 내 딸이지만 정말 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의 원동력으로는 지난겨울 두 달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스키를 타며 체력을 키운 것을 꼽았다. 지영기 씨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매일 스키를 타며 하체를 단련한 효과를 본 것 같다. 여기에 주 3회 정도 가평군체육회 체육관에서 체력 훈련까지 병행해 체력적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30대 중반이면 20대 초반과 비교해 힘들 수밖에 없는데 피곤하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체력 하나만큼은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지은희의 우승이 확정되자 LPGA 투어에서 함께 활약하는 동료들의 축하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도배됐다. 김효주(27)와 최운정(32) 등 후배들이 지은희의 우승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 이유는 LPGA 투어에서 항상 믿고 따르는 선배이기 때문이다.

지은희가 맏언니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큐셀골프단에서도 축하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한화큐셀골프단 관계자는 "지은희는 후배들에게 골프장 안과 밖에서 언제나 모범이 되는 선수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해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며 "후배들이 지은희를 보고 나이에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어떤 선수보다도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만큼 지은희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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