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힐링을 남기고 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JTBC 토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종영했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장르 드라마들의 약진 속에서 드물게 힐링물을 내세웠던 이 작품은 방영 내내 화제를 모으며 ‘구씨 앓이’와 ‘추앙’ 신드롬을 남겼다. 드라마는 인기 작가의 복귀작, 서울을 벗어난 지역을 다룬다는 공간성, 잔잔한 구성 등에서 비슷한 시기 방영을 시작한 tvN 토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비교됐다.

스타 작가의 복귀작...뒤로 갈수록 힘 얻어||||
29일 방송된 <나의 해방일지> 최종회는 공허한 마음으로 살아오던 염미정(김지원)과 구씨(손석구)가 서로를 통해 인생의 행복을 알아가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경기도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염씨 삼남매의 일상을 그리며 방영 내내 시청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줬다.
각본을 맡은 박해영 작가는 전작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에 이어 연타석 흥행 기록을 썼다. 비슷한 시기 방송을 시작한 <우리들의 블루스> 역시 노희경이라는 걸출한 작가의 복귀작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터라 두 작품이 비교되기도 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도 제주도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두 드라마가 서울 위주의 공간성을 탈피했다는 것도 주목받았다. 초반에는 <우리들의 블루스>가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모두 앞섰으나, 중반 이후 <나의 해방일지>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초반에는 염씨 삼남매의 일상에 집중해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하루 몇 시간을 출퇴근에 소비하는 염미정의 모습이 밈(인터넷에서 유행어와 행동 따위를 모방해 만든 사진이나 영상)으로 만들어져 조금씩 화제가 됐다. 외지인 구씨와 염미정이 독특한 로맨스를 시작하면서 드라마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염미정은 구씨에게 “난 살면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요. (…)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라고 말했다. 드라마에 좀처럼 쓰이지 않을 법한 문어체 대사가 인기를 끌며 두 사람은 ‘추앙 커플’로 불렸다.
구씨 역을 맡은 손석구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명품백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구찌보다 구씨’라고 불리며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손석구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해방을 찾아 한발 한발 나아가는 미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분들 역시 많은 감동 받으셨길 바라며 우리 다 구겨진 것 하나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종영 소감을 남겼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드라마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6.7%(비지상파 유료가구 기준)로 첫회의 2.9%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장르성 빼고 일상성 더한 힐링 드라마||||
최근 해외는 물론 국내 OTT들까지 다양한 오리지널 작품을 내놓고 있다. 화제가 된 드라마 대부분은 장르성을 극대화한 작품이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과 <지옥>, 티빙의 <돼지의 왕>과 <장미맨션> 등이 그렇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시청자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스릴러나 액션 등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빠른 전개의 작품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웹툰 원작 등 대중에게 이미 매력이 확인된 작품을 드라마화한 경우도 많았다.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는 콘텐츠 범람 시대에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한 작품이었다. 누군가가 죽거나 매회 주인공이 풀어야 하는 사건·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아도 우리 주변 사람들이 삶 속에서 느끼는 고민을 담았기 때문이다. <나의 해방일지>에는 구씨와 염미정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았다. 삼남매의 첫째 염기정(이엘), 둘째 염창희(이민기) 등 열심히 살고 싶지만, 무언가 모자란 것 같은 삶에 지친 보통 사람 캐릭터가 호평받았다.
<나의 해방일지>가 호평 속에서 16부작을 마무리했다면, <우리들의 블루스>는 20부작으로 이제 4회 분량을 남겨두고 있다. 고두심, 이병헌, 이정은, 신민아, 한지민 등 여러 배우가 출연해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독특하지만, 시청자가 몰입할 만한 하나의 중심된 이야기가 부족하지 않냐는 아쉬움이 중반 이후 나오기도 했다.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영옥(한지민)의 언니가 다운증후군 증상이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이 역할을 실제 다운증후군 장애인으로 미술작가 활동을 하는 정은혜가 맡았다. 국내 TV 드라마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을 생각하면 새롭고 긍정적인 시도다. 노희경 작가의 세심한 필력은 여전해 최근에도 10% 초반대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올봄 시작한 힐링 드라마 두 편이 나란히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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