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도 리더십의 조건이다

한겨레 2022. 5. 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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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모비 딕> 을 대표하는 두 주요 인물인 선장 에이허브와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무척 대조적인 성품을 가졌다.

에이허브는 자신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고래 모비 딕을 찾아 죽임으로써 복수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반면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포경선에서는 황제나 다름없는 권력을 휘두르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에이허브에게 유일하게 반기를 드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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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
〈모비 딕〉

소설 <모비 딕>을 대표하는 두 주요 인물인 선장 에이허브와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무척 대조적인 성품을 가졌다.

에이허브는 자신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고래 모비 딕을 찾아 죽임으로써 복수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적절한 채찍과 당근으로 선원들을 몰아세워서 모비 딕을 찾아 죽이겠다는 목표로 나아간다.

반면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포경선에서는 황제나 다름없는 권력을 휘두르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에이허브에게 유일하게 반기를 드는 인물이다. 스타벅은 고래를 향한 에이허브의 복수심을 광기 어린 집착으로 비판한다. 단지 맹목적인 본능으로 선장을 공격한 고래에게 복수심을 가지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믿었다.

덩치가 산만한, 여차하면 선원들이 탄 보트를 뒤집어서 목숨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고래를 무서워하지 않고 돌진하는 에이허브 선장과 ‘고래를 무서워하지 않는 자는 자신의 배에 태우지 않겠다’는 스타벅 중에 누가 더 바람직한 리더일까?

고래를 사냥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포경선의 선원에게 고래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스타벅의 속마음은 중요한 일을 할수록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에이허브처럼 한가지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위험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리더는 겁쟁이보다 더 위험한 리더일 수도 있다.

<모비 딕>의 결말이 이 사실을 입증한다. 동료들의 위험 경고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한 에이허브 때문에 그들이 탄 포경선 피쿼드호는 결국 모비 딕이라는 대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침몰하고 만다. 리더십과 현대 경영의 방법론이 문득 겹쳐 떠오르는 장면이다. 세계적인 기업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회사 경영에 대해 의무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소수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회사가 잘못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서둘러 바다에 나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포경선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해에 나선 <모비 딕>의 주인공 이슈메일 역시 신중하지 않았다. 만약 이슈메일이 포경선을 타기 전에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는 선장 에이허브의 이글거리는 눈매를 보았다면 본능적으로 다른 배를 탔을 가능성도 컸다.

이슈메일 또한 항해에 대한 집착 때문에 배를 타기 전에 그 배의 운명을 좌우할 선장의 성품을 확인하지 않고 승선했다. 결국 동료를 모두 잃고 자신만 겨우 살아남는 비극을 맞았다.

과거 베네치아의 항구에서는 출항에 앞서 배의 선장이 자신의 배 앞에 서 있는 관례가 있었다. 선원들은 선장의 면모를 확인하고 자신이 그 배를 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하라는 취지였다.

역설적이게도 포경선에서 가장 용감하고 뛰어난 고래잡이는 고래를 두려워한 일등항해사 스타벅이었다. 답답하리만큼 반복해서 확인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가장 용감하고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박균호 교사 |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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