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슬럼프 넘어선 지은희, "효주, 운정, 미향 등 후배들 응원에 고마운 마음"
지은희(36)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번째 시즌인 2008년 웨그먼스 LPGA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최고권위의 메이저대회 US여자 오픈 트로피마저 들었다. 국내에서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 선배들과 우승을 다투던 그에게 탄탄대로가 보장된 듯 보였다.
하지만 지은희는 이후 2017년 스윙잉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3번째 우승컵을 들기까지 8년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웬만하면 포기하고 돌아올 법 했지만 지은희의 의지는 확고했다. 오랜 갈증을 풀고나니 4승(2018년 기아 클래식), 5승(2019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은 연달아 따라왔다
그후 3년 넘게 이어진 두 번째 침체기를 이번엔 매치플레이에서 극복했다. 전홀 타수를 합산하는 스트로크 방식보다 매홀 승패를 가리는 매치플레이가 노련한 지은희에겐 더 맞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매치플레이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법이다.
3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뱅크오브호프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후루에 아야카(22·일본)를 16번홀에서 3홀차로 제압한 지은희는 우승 인터뷰에서 “이번주 퍼트가 좋았던게 굉장히 컸다. 퍼트가 안 됐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은희는 조별리그 마지막 3번째 매치에서 16번홀까지 2홀차 끌려가다 17, 18번홀에서 연속 긴 퍼트를 넣고 무승부를 만들어 극적으로 조1위가 돼 16강에 진출했다. 그 후 지은희는 고비마다 확신에 찬 퍼트 성공으로 일찌감치 승부를 끝내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날 16강전에서 최혜진을 17번홀에서, 8강전에서 마들렌 삭스트롬(스웨덴)을 12번홀에서 눌렀고 이날 준결승에서 안드레아 리(미국)를 15번홀에서 누르고 좀 더 많이 쉰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어제, 오늘 다른 선수들보다 경기를 일찍 마친게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바탕이 됐다”고 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러프에서의 어프로치를 좋아한다”며 고참의 노련미가 도움이 된 것 같다는 그는 “US여자오픈 출전을 이어가게 됐는데,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하루 쉬고나서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맏언니의 선전에 후배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지은희는 “(김)효주랑 같은 숙소에 있었는데, 효주는 먼저 떨어졌다. 그래도 나를 응원한다고 하루 더 있다가 (US여자오픈 대회장으로) 갔는데 그것도 너무 고맙다. 좀 전에도 우승하자마자 영상통화 했고, (최)운정이나 (이)미향이도 단체 채팅방에서 응원을 해줘서 힘이 많이 났다”며 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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