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와이에서 3000km' 키리바시의 활주로 확보하려는 이유는?

이종섭 기자 2022. 5. 30. 16: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태평양 섬나라인 키리바시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지난 27일 타네티 마마우 대통령 겸 외부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남태평양 섬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중국이 키리바시의 활주로 보수 사업을 지원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키리바시는 인구가 12만명 정도인 작은 섬나라지만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에서 3000㎞ 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중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이곳을 대미 견제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남태평양 8개국을 순방 중인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7일 키리바시에서 타네티 마마우 대통령 겸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일대일로(육상·해양 실크로드) 공동 건설과 방재·인프라·관광·민생 등의 협력 문서 서명식을 가졌다.

왕 부장의 키리바시 방문으로 주목받은 것은 이번 협력 문서의 내용 뿐 아니라 중국이 이미 키리바시에 지원하고 있는 칸톤섬의 활주로 개보수 사업이다. 키리바시 정부는 지난해 5월 칸톤섬 활주로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밝혔는데 이번 인프라 협력 약속 역시 그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키리바시 정부는 중국이 지원하는 칸톤섬 활주로가 전적으로 민수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곳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다른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키리바시는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위치한 하와이에서 남서쪽으로 3000㎞ 정도 떨어져 있고, 칸톤섬 활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건설해 전쟁에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대만 군사학자인 창정밍(章榮明)은 지난해 5월 대만 국방안보연구원(INDSR)이 발간하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키리바시의 폐비행장을 개조해 미 태평양 함대를 감시하는 전략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활주로 개선 사업을 지원하는 대신 이곳을 대미 견제용 군사 전략기지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 섬에 상주하는 인구는 수십명에 불과해 활주로 보수 목적이 상업 비행을 위한 민생 용도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키리바시는 2019년 9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으며, 이듬해 일대일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은 솔로몬 제도와 체결한 양자 안보 협정을 키리바시와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26일 솔로몬 제도를 방문해 전면적 지원 구상을 밝혔다. 양측은 무관세 혜택 제공, 무역·투자 편리화, 체육시설 및 병원 건설 지원, 경찰력 구축 지원, 민간 항공 수송 협력 등에 합의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월 솔로몬 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는 사회 질서 유지를 돕기 우해 군·경을 파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해군 함정이 보급을 위해 솔로몬 제도에 기항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솔로몬 제도에 중국의 군사 기지가 건설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 동맹국인 호주 북동쪽에서 약 2000㎞ 떨어진 솔로몬 제도는 미국 태평양 군사 거점인 괌의 남쪽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이 솔로몬 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키리바시의 활주로 보수에 참여하면서 남태평양 섬나라에 군사 거점을 확보하려는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오커스(미국·영국·호주의 군사 동맹),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 협의체) 등을 통한 포위 전략에 대한 돌파구를 남태평양 섬나라들과의 협력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