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2000억·지분투자 3000억..미래에셋, IFC 인수 박차
미래에셋증권 등 SI, 3000억 지분투자키로
브룩필드 5000억 등 총 7000억 세금납부
콘래드호텔·IFC 서울, 임직원 고용 전원 승계
미래에셋그룹의 서울 여의도 랜드마크 건물인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마무리를 위한 실무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환불이 불가능한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 납부가 완료됐고, 미래에셋증권 등 전략적투자자(SI)의 지분 투자 규모가 3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GIC(싱가포르투자청) 등 복수의 외국계 기관투자자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IFC 인수와 관련한 주요 사항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FC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매각측인 브룩필드자산운용에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환불 불가능한 조건으로 지난 26일 납부했다.
이행보증금 납부를 위해 앞서 미래에셋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각 1500억원, 350억원 규모로 '미래에셋맵스일반사모투자신탁67호'에 투자한다고 24일 공시했다. '미래에셋맵스일반사모투자신탁67호'는 미래에셋이 IFC 인수를 위해 만든 사모리츠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펀드의 운용사다.
이행보증금은 부동산 투자업계에서 환불여부와 금액에 따라서 인수측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된다. 미래에셋측은 거래가 불발되더라도 환불이 불가능한 방식(하드 디파짓·Hard Deposit)으로, 인수가격(4조1000억원)이 수조원대의 메가딜임에도 불구하고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의 이행보증금 평균인 5% 수준으로 이행보증금을 납부하며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등 전략적투자자(SI)의 지분(에쿼티) 출자규모가 현재 30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자금 조달도 순항중이다. 인수대상에 포함되는 콘래드호텔과 IFC몰의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키로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와 미국계 쇼핑몰 운영사 터브먼(TAUBMAN)이 전략적투자자(SI)로 출자한다. 매각사정에 밝은 IB 관계자는 "미래에셋측 SI의 현재 출자규모가 대출 제외 지분 투자규모(2조원)의 15% 가량인 3000억원대인 것으로 안다"며 "미래에셋측이 필요하다면 직접 나서서 추가로 출자규모를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SI의 투자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며 상대적으로 기관투자자 등 재무적투자자(FI)의 부담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금리 급등으로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망설이자 미래에셋측이 주요 SI의 출자금을 늘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의 사실상 인수가격을 낮추도록 인수구조를 짰다는 설명이다. IB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IFC 투자 여부의 기준가격이 인수가 4조원 이하로 알려지며 미래에셋측이 이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였다.
이외에 2조3000억원 가량의 금융권 대출금 재대출(리파이낸싱)도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관계자는 "미래에셋측이 기관투자자에게 실제 수익률(Cap Rate) 4% 중반대, 배당률 5% 중반대를 제시하며 투자금을 모으는 것으로 안다"며 "20여곳의 은행·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리파이낸싱에서 상당수인 80% 가량이 기존 수준에서 대출을 유지키로 했으며, 나머지(20%)는 신규 금융사 대상 대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GIC 외에도 해외 유력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IB 관계자는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GIC 외에도 해외의 유력 연기금 등 복수의 해외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며 "장기적 투자시계를 가진 해외 기관투자자의 시각은 인플레이션을 헷지(방어)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핵심 지역의 오피스 등 부동산 투자는 오히려 늘려야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IFC는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해 '서울시 여의도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 AIG그룹과 추진한 민관합동사업으로 설립돼 전체 지분의 최소 10%는 외국계 투자자 몫으로 매각조건을 정하고 있다.
한편 이번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면 총 7000억원 가량의 세금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매각측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은 법인세법에 따른 양도세(양도가액 10%)와 지방세(양도세의 10%)를 포함해 양도가액 11%의 5000억원 가량의 세금을, 미래에셋측은 취등록세 등으로 2000억원 가량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부분은 매각측과 인수측이 처음으로 국내 자본이 인수하게 되는 이번 거래에서 세금을 온전히 내는 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IB 관계자는 "현재 IFC는 '국내 자산(오피스 3개동·호텔·몰)→국내 SPC→싱가포르 SPC' 구조로 결국 해외 SPC에 자산이 있다"며 "만약 매각측이 해외 자본에 매각했다면 국내에 적용되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고, 국내 자본에 매각한다고 했더라도 해외 SPC를 만들어서 해외 SPC간 거래를 했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자본인 매각측 입장에서 한국내 세금을 감안해 현재 합의된 매각가격(4조1000억원)보다 세금액(5000억원) 이내로 가격을 낮춘 3조원 후반대로 다른 해외 자본에 매각한다면 사실상 더 큰 이익을 볼 수도 있었는데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측이 콘래드호텔과 IFC 운영사(PM)인 'IFC 서울'의 임직원 고용을 모두 승계키로 한 점도 매각·인수 양측이 이번 거래를 최대한 논란 없이 매듭 짓겠다는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IB 관계자는 "이번 거래의 의사결정 당사자인 미국 뉴욕의 브룩필드 본사 입장에서는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며 단지 한국의 한 자산을 매각하는 것 뿐인데 '외국계 먹튀', '임직원 구조조정' 등 논란이 발생하길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브룩필드자산운용이 2013년에 서울사무소를 열고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 투자시장에 긍정적 이미지를 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각측과 인수측은 오는 8월까지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날 IFC 매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브룩필드자산운용과 체결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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