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향한 온라인 공격, 한국 사회서 두드러져"

박지은 기자 2022. 5. 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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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코리아 주최 '한국 언론의 안전한 취재 환경' 좌담회

“건강한 기자가 건강한 보도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를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들이 많이 있다. 이들의 건강은 결국 건강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지는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중요하다.”

이정애 SBS 기자는 지난 25일 트위터 코리아가 주최한 ‘한국 언론의 안전한 취재 환경’ 좌담회에서 기자들의 트라우마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가 발표한 ‘기자 트라우마 실태조사’에서 기자 10명 중 8명이 근무 중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 기사: 기자 10명 중 8명 "일 하면서 심리적 트라우마 겪었다") 기자협회와 여성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트라우마 방지 및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좌담회는 기자 트라우마 실태조사 결과 공유와 함께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자리였다. 김나래 국민일보 기자(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이정애 SBS 기자(한국여성기자협회 이사),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영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홍보팀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고, 김가연 트위터코리아 공공정책 총괄 상무가 진행자로 나섰다.

이정애 기자와 함께 기자 트라우마 실태조사에 참여한 김나래 기자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검찰 출입 기자들, 정치부 출입 기자들에 대한 공개적인 저격과 비판도 커졌다. 기사 비판에 머물지 않고 기자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인신공격 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계에서 트라우마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개별적인 상담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사실 조직 차원의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각 언론사들이 조직적인 차원에서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기자들의 트라우마를 함께 심각하게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려고 한다”고 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실태조사 설문 결과 중 ‘어떤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느꼈는지’ 묻는 질문에 ‘보도 이후 독자들의 반응’이라는 응답이 58.4%로, ‘취재 과정’(61.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사에 대한 반응이 댓글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으로 전해지면서 기자들에게 심리적으로 강한 규범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서 기자들에게 가해지는 혐오적 표현과 공격의 원인에 대해 황 교수는 한국사회의 심한 갈등 구조를 꼽았다. 그가 팩트체크넷 시스템에서 지난 1년간 트위터,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대상으로 기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기레기’를 연관어로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윤석열’과 ‘이재명’이었고, 그 다음이 ‘한국’, ‘정부’, ‘정당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한국사회의 심한 갈등 구조에서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보도에도 지각편향을 일으켜 기자를 비하하거나 공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많은 독자가 기자를 정치인과 같은 영향력자로 인식한다. 자신의 견해와 차이가 있거나 불만이 있을 때 기자에게 모욕적 표현을 하며 편향에서 오는 인지 및 정서적 불일치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는 가이드라인 제정과 함께 기자 트라우마를 발생시키는 언론계 관행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이 기자는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씨가 사망했을 때 SBS는 치열한 논의 끝에 '8뉴스'에서 다루지 않기로 했다"며 "이처럼 아이템과 취재 기법에 대해서만 논의할 게 아니라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우리 기자들이 지금 괜찮은지, 누군가가 잘한다는 이유로 유족 취재에 계속 배정되고 있지는 않은지, 교대는 언제 해줘야하는지 고려해야하는 요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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