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할부 먹튀, 20만 원 넘어야 보호 가능"

금감원, '신용카드 할부 거래 시 유의사항'
할부항변권 쓰면 남은 할부금 돌려받지만
거래액 20만원·기간 3개월 이상만 가능

금융감독원이 30일 최근 할부항변권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할부 거래 시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 직장인 A씨는 회사 근처 필라테스 학원에 수강료 18만 원을 3개월 할부로 내고 등록했다. 하지만 결제 2주일 만에 학원이 폐업하고 원장도 할부를 취소해달라는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문 닫은 학원에 다달이 수강료를 내는 게 아까워 할부항변권을 신용카드사에 주장했으나 거래금액이 20만 원을 밑돌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0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할부항변권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할부 거래 시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할부항변권은 업체가 재화·용역을 제공하지 못할 때 남은 할부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소비자 권리다. 소비자가 신용카드사에 할부항변권을 주장해 인정받으면 할부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할부항변권은 6개월, 1년치 수강료를 먼저 결제하면 요금을 깎아주겠다고 소비자를 유혹한 후 '먹튀'하는 헬스클럽, 학원 등이 많아지면서 활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높은 수당·수수료를 미끼로 물품·회원권을 할부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사기를 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할부항변권을 요구하려면 조건이 있다. 총 거래금액이 20만 원 이상이고 할부 기간이 3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월 할부액이 최소 6만6,700원인 거래만 할부항변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6개월, 1년치 수강료를 한꺼번에 완납했거나 상행위를 목적으로 한 거래는 조건을 충족해도 할부항변권을 이용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접수된 비은행 분쟁 민원 중 신용카드 관련이 전체의 44.8%로 가장 많다"며 "할부항변권 행사는 제한되는 경우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