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럭셔리 상징, 봉쇄 한 달 만에 문 열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2. 5. 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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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타이쿠리 쇼핑몰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애플스토어가 2022년 5월 5일 매장 영업을 중단한 지 24일 만인 29일 문을 다시 열었다. /김남희 특파원

29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대형 백화점 베이징SKP의 에르메스 매장에서 30대 여성이 큼지막한 주황색 봉투를 들고 나왔다. 엄마 생일 선물로 드릴 가방과 스카프를 샀다고 했다. 이 여성은 “전날 백화점 측으로부터 29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는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쇼핑을 나왔다”고 했다.

전 세계 백화점 매출 1위인 이 백화점은 4월 29일 베이징시의 코로나 방역 명령에 따라 영업을 중단했다. 백화점 주변 아파트 등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주민 외출을 금지하는 통제 관리가 시행되면서다. 이후 베이징 내 인구가 가장 많은 차오양구(350만 명)가 민생 보장과 관련 없는 모든 상점의 오프라인 영업을 중지시키면서 결국 한 달이나 문을 닫았다.

SKP 백화점은 2020년 영국 런던의 최고급 백화점 해로즈(Harrods)를 누르고 처음으로 전 세계 백화점 매출 1위(177억 위안, 약 3조3500억 원)를 차지한 곳이다.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펜디 등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매장 중 단일 점포 매출이 가장 많은 곳도 이 백화점이다. 한 달간 영업 중단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SKP 백화점을 비롯해 차이나월드몰(궈마오샹청), 싼리툰 타이쿠리, 솔라나(란써강완) 등 차오양구 대형 쇼핑몰 다수가 다시 문을 열었다. 기약 없이 장사를 못하고 있던 쇼핑몰 내 매장들이 다시 손님을 맞았다. 타이쿠리에 있는 아시아 최대 애플스토어도 이달 5일 매장 영업을 중단한 지 24일 만에 문을 열었다. 차오양구 이케아 매장도 30일 영업을 재개했다.

중국 베이징 쇼핑몰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쇼핑몰 안 테슬라 매장도 문을 닫았다. /김남희 특파원

쇼핑몰 영업 재개는 28일 오후 베이징시가 4월 22일 시작된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를 37일 만에 진압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베이징시는 신규 감염이 6일 연속 감소하며 수그러드는 추세이고, 16개 구 중 8개 구에선 통제 지역 외 지역사회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7일 연속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구의 쇼핑몰 영업 제한 조치를 해제하고, 관광지와 공원 등도 방문자 수를 평소 수용 가능 인원의 50% 미만 수준으로 제한하는 선에서 입장을 허용했다. 미술관, 영화관, 도서관 일부도 문을 열었다.

일부 지역에선 사무실 출근도 허용됐다. 순이·팡산구는 재택 근무 명령을 해제했고, 차오양·퉁저우구는 재택 근무를 유지하되, 사무실 출근 인원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게 했다. 차오양·순이·팡산구에선 봉쇄 구역 외 버스·지하철·택시 운행도 재개됐다. 그러나 베이징 전역에서 식당 실내 식사와 등교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두 달간 도시 전체가 봉쇄됐던 상하이는 6월 1일부터 점진적으로 정상화 과정을 시작한다. 봉쇄 이전 생활로 단계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아직 외출 금지 해제나 기업 업무 재개와 관련해 구체적 지침이 나오지 않아 혼란이 큰 상황이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022년 3월 11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제5차 회의 폐막식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국 CCTV

상하이와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수십 개 도시가 전체 또는 부분 봉쇄되면서 중국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치적으로 선전된 코로나 방역 성과를 지키려 ‘제로 코로나’ 정책을 무리하게 고수했기 때문이란 평이 나온다. 엄격한 이동 통제 조치로 공급망이 마비되고 생산과 소비가 멈췄다. 실업률이 높아지며 사회 불안 위험은 커지고 있다. 4월 중국 도시 실업률은 6.1%로,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6~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8.2%로 치솟았다.

국제 투자은행·증권사 등이 2분기(4~6월) 중국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대로 예상하는 가운데, 최근 리커창 중국 총리조차 2분기 플러스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시사했다. 리 총리는 25일 관료 10만 여명과 진행한 내부 화상 회의에서 “현재 경제가 2020년 초 코로나 대유행 초기보다 더 나쁘다”고 했다. 2020년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6.9%로 추락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4.8%를 기록했으나, 2분기엔 플러스 성장이 불가능할 거란 비관론이 많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정한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5.5% 안팎) 달성도 무난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코로나 감염세는 한풀 꺾였다. 29일(0~24일) 중국 본토 신규 확진자는 20명, 무증상 감염자는 102명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신규 확진자는 8명, 무증상 감염자는 4명으로 줄었고, 상하이 신규 확진자는 6명, 무증상 감염자는 61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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