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애티켓'(아이+에티켓)을 아시나요?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유독 부모 말을 듣지 않고 떼를 쓰거나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금쪽이'라고 부른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해 주는 내용이 있는데,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라면 보지 않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여러 이유로 교정이 필요한 아이들을 '금쪽이'라고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엄마들 사이에서도 아이들이 문제의 행동을 하면 '금쪽이'라고 부르곤 하는 것이다.
나도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오은영 박사의 강의를 즐겨 들었다. TV 프로그램에서 하는 말은 물론, 직접 쓴 책도 구매해 밑줄까지 치며 정독할 정도로 관심 있게 보았다. 그녀의 말에는 어딘가 엄마를 위로하는 힘이 있어서, 내가 아이에게 행여 잘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날 때마다 왠지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 오은영 박사가 출연한 일명 '애티켓' 캠페인을 두고 일부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주변의 아이 엄마에게서 전해 듣고 보았는데, 캠페인 영상에서 아이가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뛰다가 어른과 부딪혀 커피가 쏟아지면서 신발과 옷이 더럽히게 만든 장면이 나온다. 다음 장면에는 오은영 박사가 미숙한 점이 많은 아이에게 '괜찮다'라고 말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음 에피소드는 식당에서 큰 소리로 우는 아이, 그다음 에피소드는 보육 기관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는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 같으니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부모 심정을 헤아려 달라는 내용이다.
에피소드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이 캠페인은 어딘가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오은영 박사의 가치관과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분명 오은영 박사의 많은 육아 해결책 중에는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야"라고 단호하게 훈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해당 캠페인 영상만 보면 미숙한 아이의 실수가 이해는 되지만 어른들이 무턱대고 "괜찮아"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었다. 물론 일단 아이의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 잘잘못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애티켓'이라는 것이 이런 경우라면 과연 해당 캠페인을 통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의도한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모든 아이의 성향은 다르고, 잘못이 이루어지는 상황도 다르다. 그때마다 선택은 결국 가장 가까운 어른이자 부모의 몫일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공익의 목적이 있는 캠페인을 통해 아이를 위한 배려라면서 이렇게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행동들을 이해하라고 하면 그러한 방식을 선택하지 않은 어른들이 잘못된 것일까? 어쩌면 어른들이 획일적인 육아 패턴이 우리 사회의 이상한 '금쪽이'를 더 양성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으로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캠페인의 마지막 부분,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 직장 상사가 배려해 주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그나마 공감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이를 조금 늦게 데리러 간다고 해서 기다리는 아이가 우주에 혼자 남겨지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는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기분이 들었다. 상사가 배려해 주고, 내가 서둘러도 일을 하는 부모는 제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기 쉽지 않다. 의도는 잘 알겠지만 조금만 더 현실에 가깝고 부모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애티켓'은 아이를 가진 부모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서로가 함께 지켜야 할 예절이라는 부분에서 공감한다. 그러나 이 경우 아이가 주인이거나, 부모 혹은 제3자가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아이도 어른도 서로를 위해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고 양보할 수 있어야 아이에게도 좋은 세상은 아닐까? 어차피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 역시 언젠가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저출산 문제와 양육 문제로 아이 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아이에게 기본과 배려를 가르칠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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